놀자, 책이랑

어니 그레엄

칠부능선 2008. 9. 22. 14:41

 

 

* 살짝 남은 여름의 끝자락

  한낮 볕은 뜨겁게 과실을 익히고

  잔잔 바람은 머리카락을 날리는데

  왜 이리 마음은 수선한지.

  여기, 좌익도 우익도 아닌 물소 한 마리

  사막을 그리워하고 있다.

 

  

     


photo by Neo Keitaro







Ernie Graham - Belfast




 


          데리고 온다


          - 체치엔우


          이 세상을 통제하고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소다
          느슨한 세 마리 물소이다
          한 마리는 좌익이고
          한 마리는 우익이고
          한가운데 한 마리는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른다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물소는
          미쳐 날뛰기 쉽다
          곧잘 사람을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사막으로
          데리고 가려 한다

          이 세상을 통제하고 있는 것은
          사람이다
          물소 코를 꿴 고삐를
          단단히 잡고 있는 사람

          배 불러 자고 싶어하는 물소
          사상을 들판에 흘리고 온 물소
          진작에 저항을 잊어버린 물소를
          우리집 소의 울에
          데리고 온다
          내일의 평화를 갈기 위해
          물소를 데리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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