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저, 가을

칠부능선 2008. 9. 15. 21:30

 

                   가을

                                    - 이재무




     검붉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이참에 아예 뿌리를 뽑겠다는 듯

     들어올려진 생활에

     거듭 삽날 들이대며

     농성중인 가을

     나는 저 분노한 가을이 쳐놓은

     추억의 바리케이드 뚫고 나갈 재간이 없다

     떠난 것들

     힌꺼번에 몰려와 멱살 잡고

     흔들 때마다 마음의 방에

     가득 쏟아져내리는 검은 기억의 퇴적층

     잦은 구토로 링거 꽂은 팔처럼

     파랗게 여위어가는 영혼

     아아, 누가 저 오래 굶주린

     사나운 짐승의 고삐를 쥐어다오

 

 

 

 

* 이재무 시인다운 황량한 가을이다.

  여전히 시니컬하다.

  사나운 짐승이 내 안에서 으르렁거리는 요즘이다.

  난 내 발톱에 이미 상처를 입고 있다.

  서툴게 허둥대다 일이 날 것 같다.

  긴 굶주림때문인가.

 

 

 

 

 

 

 

비발디- 사계 중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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