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다시 스무 살이 된다면

칠부능선 2008. 5. 28. 13:35

 

다시 스무 살이 된다면

 

  이정화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겠어

분수가 있는 광장에서 부끄럼 없는 첫 키스를 하겠어

지붕 없는 빨간 자동차를 타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길을 전속력으로 질주 하겠어

불량한 처녀가 되겠어 불량한 총각이라도 좋아

어디든 막힘없이 떠돌다 붉은색 루즈가 번진 입술을 반쯤 벌리고 꾸벅꾸벅 졸기도 할 거야

그곳이 언제 어느 곳이라도 좋아 지금 앉아있는 그 자리가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잠자리가 될 테니까

풀썩거리는 짧은 치마로 어디든 가겠어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후회 없는 사랑도 할 거야

이리오렴 아가야! 청춘은 여름 한 낮 쏟아지는 장대비라서 벼락같이 흘러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거란다 마음껏 즐기고 마음껏 사랑하렴

너희를 바라보는 세상의 엄정한 눈길은 엄마의 치마폭에 감춰둔 사랑을 몰래 훔치고 싶어 하는 늙은 개 같은 연민 이란다

다시 당신을 사랑하기 위하여,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져 훗날 아프지 않고도 만날 수 있게 스무 살 그때 그렇게 살겠어

 

 

 

* 포루투칼 파두 가수 Bevinda가 부른 노래제목,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대한 아픔을 담고 있음 ** 가사중 일부 - 현대시학 2006년 1월호 - <이정화 시전문 월간지"현대시학" 2004년 가을 등단> 노래 Ter Outra Vez 20 Anos (다시 스무살이 된다면....) / Bevinda

 

 

 

 

 

* 다시 스무 살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

  여기까지 살아낸 게 어딘데...

  다시 스무 살이 된다고 해도 절대루 쉽게 사랑하지 못할 것 같은 예감.

  지금이 낫다.

  용감하지 않다는 것이 우유부단이 되지않는 나이.

  망설임이 많다는 것이 신중하게 보이기도 하는 나이.

  열정을 놓치고 뒤돌아 본다해도 무모하지 않은 나이.

  적당히 낡아서 편안한 나이.

 스무 살이  전혀 부럽지 않은 지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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