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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박 당뇨

2년마다 하는 정기검진에서 재검 통보가 왔다. 당뇨 의심이라며 공복에 오라고. 채혈을 하고 의사 앞에 앉으니 젊고 이쁜 여자 의사의 첫마디가 "빼박 당뇨" 라고 한다. 당화혈색소는 5가 정상이고 6이 의심, 경계며, 7이면 당뇨란다. 그런데 난 7.6이란다. 가족력이 떠올랐다. 10년 위인 세째 오빠가 당뇨다. 아직 잘 살고 있다. 난 늦게 알았으니 다행이다. 더 늦게 알아도 좋은 건데... 맛난 것을 너무 많이 먹고 있다는 각성, 운동도 슬렁슬렁이 아닌, 빡세게 해야한다는 경고다. 난 이제 당뇨와 함께 가는 거다. 너무 친하지 않도록. 약간 경계하면서 ​ ​ 점심에 자임네랑 한옥에서 갈비와 냉면을 먹고, 바로 옆에 찻집에서 담소. 남자들의 공통점을 발견?하며 많이 웃었다. 아직도 '집사람' 말만 잘 듣..

대견한 일, 소소한 일

오늘은 일하는 날이다. 열무김치와 깎두기를 담았다. 토욜 승진네가 온다니 들려보내고 싶어서... 엄마노릇 이 정도는 해야하는데, 너무 날라리로 지낸다. ​ 어젯밤, 요한성당 독서모임에서 젊은이 넷과 같은 조가 되어 토론한 효과인지도 모르겠다. ,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데 젊은 그녀들은 이 성스러운 부부가 아이키우며 쓰는 말과 행동에 눈길이 많이 갔다. 나는 병고와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았는데... 인간은 모두 자기 중심, 자기 기준에서 보고 생각한다. 어쨌건 어여쁘다. 그 밤시간에 50명이 넘게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얼마나 이쁜 일인가. 신부님이 예상한 인원은 10명 정도라고 했다. 난 순전히 친구가 새 신부님을 보여주고 싶다고 해서 갔지만. 한 달에 한 권 읽고 이야기 하는 건, 읽..

책이 입은 옷 / 줌파 라히리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로 쓴 두 번째 산문집이다. 표지 이야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썼다. 옷이 그 사람을 나타내는 메타포로 쓰이는 시대다. 책의 표지는 책의 옷이다. 옷을 벗어야 속살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메세지를 가지고 있다. 줌파 라히리는 표지가 없는 발가벗은 책을 그리워한다. 학생시절 도서관에서 읽었던 표지를 떼어 하드커버로 묶은 책들을. ​ ​ * 어렸을 때부터 입은 옷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는 사실이 내겐 고통이었다. 내 이름, 내 가족, 내 외모가 이미 특별하다는 걸 의식했기에 나머지 면에서는 남들과 비슷하고 싶었다. 남들과 똑같기를, 아니 눈에 띄지 않기를 꿈꾸었다. 하지만 나는 어떤 스타일을 선택해야 했고 규칙에서 벗어난 특별한 스타일 때문에 내가 옷을 못 입는다고 느꼈다. (15쪽)..

놀자, 책이랑 2023.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