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서

충북 보은 문학기행 1박

칠부능선 2025. 5. 20. 00:24

<수수밭>은 20여년 전 SDU문창과를 다닐때 만든 수필동아리다.

오봉옥 교수의 권유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대전답이 되었다.

이곳 출신 수필가들이 글도 잘쓰고 활약이 많다. 지난 <한국산문>시상식 자리에서 문학기행 초대를 받아서 흔쾌히 수락했다.

오랜만에 이렇게 스마트한 일정표를 받으니 떠나기도 전에 웃음이 실실 나왔다.

6시 30분 사당역 출발이 부담되었는데 카카오택시가 날아서 데려다줬다.

1빠 도착. 완전 노인모드다.

낯선 얼굴도 많고, 아는 얼굴도 있고...

임헌영 선생님과 28명이 버스에서 인사를 나누고, 10시에 오장환 문학관에 도착했다.

오장환 문학관 해설사의 말이 마땅치 않았던 임 교수님은 버스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시절 오장환의 모습을 서정주 시인에게 들은 이야기며, 인사동 고서점에서 오장환 시인의 장시 출판검열본을 찾은 사건 등을 들으며, 34세에 죽은 천재 시인을 기리다.

 

맛깔스러운 점심

 

식당에서 속리산 법주사를 걸어서 갔다.

이런 깜찍한 소원이라니.

식당에서 바로 걷느라 모자와 선그라스를 못 챙겨서 더워 혼났다.

우당고택에 왔다.

해설사에게 들은 선병우, 선병묵 일가의 선행은 시대를 앞선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해산물 무역으로 거부가 된 선병우는 중국인인데 귀화를 해서 지형상으로 좋은 보은에 자리를 잡았다.

홍수가 들었을때는 중국에서 쌀을 들여와 이 고을에서는 굶는 사람이 없도록 했다.

잘 보존된 110칸 정통 한옥에 효열각도 특별하다.

 

사랑채 대문이 밖(안채)에서 잠그게 되어있다. 여자를 배려하는 예의다.

오래 전,

이 집 아들에게 임 교수님은 <맹자>를 배우고, 이 곳에서 하루 유했다고 한다.

예정대로 진행되고

저녁은 복해가든에서 능이백숙으로. 막걸리가 진하고 맛났다.

숙소에 와서 방배정을 받고,

8시에 큰 방에서 모여 12시까지 돌아가며 이야기, 이야기.

각자의 인생 축약을 들었다. 진진, 찐한 이야기들이다. 간간히 선생님 옛이야기까지.

모두 짱짱하다. 회장, 총무가 열심히 봉사하니 수수밭은 승승장구다.

다음날 7시 출발. 능이해장국으로 아침을 먹고 카페에 들렀다가 9시 출발.

나는 죽전에 내려서 11시경 에 집에 도착했다.

어제 꽉차게 놀고, 일찍 돌아온 것도 좋다. 모두에게 감사, 감사다.

후배들이 나에게 수수밭 '시조새'라고 한다.

돌아와서 톡 인사에

시조새로서 제일 잘한 일이 임 교수님을 지도교수로 모셔온 일이라고 했더니,

깜찍한 후배가 오교수님이 나를 수수밭에 모셔온 게 신의 한 수라고 한다.ㅋ

스마트 회장 조성진 작가의 솜씨다.

https://www.youtube.com/watch?v=ZBx

4wliOHM0&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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