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시 - 발표작

칭찬박수

칠부능선 2006. 9. 21. 09:54

  

                                      칭찬박수



                                                                                                           


  짝 짝 짝짝짝 칭찬칭찬

행사 뒤풀이에서 한 사람이 일어서더니 박수를 유도한다.

다섯 번의 박수 끝에 ‘칭찬칭찬’이란 구호와 함께 두 손을 펼쳐 주인공을 향해 바치는 시늉을 한다.

행사준비를 위해 수고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박수다. 금세 칭찬이 둥둥 떠다녀 마음이 흐뭇해진다.

이것을 집에 가서 애교스러운 동작과 함께 식구들에게도 자주 쓰라는 말에 모두들 끄덕였다.

 

  집안 모임에서 역학을 배운다는 사촌시누이를 만났다.

어른들이 생년월일과 생시(生時)를 불러주며 사주를 봐 달라고 줄을 섰다.

한참 흥미가 무르익을 무렵 시누이는 쑥스러운 듯 접으며 자기의 경우를 이야기했다.

자기는 강한 물이고 남편은 약한 불의 사주인데. 자기의 잦은 잔소리는 남편을 주눅 들게 하여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었다고 한다. 본성을 알고부터 남편을 대하는 자세를 바꿨다고 한다.

거슬리는 일은 눈감고,

어설프고 못마땅해도 꾹 참고,

아이 다루듯 모든 것을 칭찬하는 말로 바꿨단다.

  “그럼요. 맞아요.”

  “당신은 대단해요.”

  “아, 그런 거예요. 나는 몰랐어요.”

  다양한 칭찬으로 남편의 기를 돋운다고 한다.

변화된 시누이를 보고 시누이 남편은 즐거워하면서도 “죽을병에 걸린 것 아니냐”고 했단다.

내가 변하니까 상대도 변하고 자기를 알고 나니까 사는 게 편해졌단다.

주근깨 가득한 앳된 얼굴에 편안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시누이,

8남매의 맏며느리로 홀시어머니를 모시며 잘 살고 있는 모습이 대견하다.

 

  불확실성은 이 시대의 특성이다.

사회가 불안정할수록 점술가는 호황을 누린다. 스스로의 결정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돌아가는 세상이기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긋나는 일이 많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절대적인 무엇인가에 기대야 한다.

종교에 의지하여 평안을 얻으려니 양심에 걸리는 것이 많고, 시간적으로도 장기투자가 필요하다.

눈가림식의 믿음으로 은총을 바라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안다.

이럴 때 쉽게 찾는 것이 점술가다.

장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미래에 희망을 갖고 싶기 때문이다.

때로는 뻔한 거짓말도 위로가 된다.

모든 점술가는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이야기만 해 주었으면 좋겠다.

지치고 절박한 사람들, 절대의 무엇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동안 잘 살아왔다고

칭찬 해주며 간절히 원하는 것은 반드시 실현된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넘치게 주었으면 좋겠다.

 

  바삐 몰아친 하루, 어스름 해질녘에 바라보는 하늘은 붉게 물들었다.

휴식에 들기 전 가장 환한 하늘이다.

제 빛깔에 충실한 노을은 ‘내일은 맑음’이라는 예고다.

하루를 잘 살아낸 상기된 얼굴에 박수를 보낸다.

울림이 긴 붉은빛의 파장에 취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남편은 저녁식탁에서 늘 맛나게 먹던 된장찌개를 타박한다.

수저 놓으라고 바로 쏘아붙이고 싶은 순간, 시누이의 말이 생각났다.

이제부터라도 시누이의 칭찬요법에 기대보기로 한다.

회사일에 문제가 생긴 것인가.

한잔 하려다 그냥 온 것일 게야. 술안주가 될 만한 요리가 없어서 투정을 하는 것이겠지.

그동안 어설픈 내게 얼마나 후하게 잘해줬나.

혼자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며 열을 식힌다.

이 순간 남편에게 해줄 칭찬거리를 아무리 찾아도 떠오르지가 않는다.

방향을 바꾸자.

나를 칭찬하자.

그래 장하다 억울하지만 화내지 않고 잘 참아낸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짝 짝 짝짝짝 칭찬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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