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 [도올TV] ❤️ 김미루 Miru Kim 작가가 뉴욕에서 전하는 [문도선행록] - YouTube
친구가 보낸 도올TV를 보고 바로 주문했다.
화가, 사진작가, 행위예술을 하는 81년생 김미루가 3년 동안 사막에서 생활하고 3년동안 정리했다.
도올 선생의 막내딸 김미루, 아버지의 후광이 없어도 충분히 주목받을만하다. 명진스님 말대로 아버지 도올이 책으로 익힌 도라면, 김미루는 몸으로 깨우친 도道와 선禪인 거다.
오래 전에 돼지우리에 누드 사진을 봤을 때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지만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와 닿았다.
자유로운 글쓰기다. 문법에 묶이지 않고 구어체 말들이 솔직하게 펼쳐지는데, 긴장과 함께 문득문득 귀엽기까지 하다. 그 안에 이미 어른이 있다.
"세상에나~~" 용기에 감탄하며, 우습게도 연신 엄마의 맘이 되기도 한다.
* 이날 내가 만신 술은 나의 신체의 생리에 엄청난 이물질이었다. 술도 적당량 마시면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이렇게 엄청난 양이 들어오면 그것은 적이 된다. 적은 싸워 물리쳐야 한다. 위장관에 들어온 것이 항문으로 배출되는 것은 매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위험하다. 이미 독소가 온몸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이것을 재빨리 이물질의 본향인 몸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서는 최단코스를 택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들어온 입으로 곧바로 역류시키는 것이다. 이 신체의 현명한 작전을 우리는 "토한다"라고 표현한다.
....
내가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비암바가 게운 것을 치우는 장면이었고, 나머지는 순식간에 불순한 분자들이 다 줄행랑 쳐버렸다는 것이다.
(148쪽)
* 매우 크고 모던한 한 식료품가게에서 올리브를 사기 위해 나는 줄을 서고 있었다. 나는 두 늙은 백인 앞에 서 있었는데, 나를 재키고 그들을 먼저 서브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모든 사람이 서브된 후에야 비로소 서브되었던 것이다. 계산대에 있는 노인은 나에게 마치 개에게 명령하듯이 그의 손으로 "기다려"하고 손짓할 뿐이었다. 내가 불만을 토로하자, 입에 손가락을 대면서 "쉿" 할 뿐이었다. 명백한 줄의 순서를 어기는 행위는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체험하기 어려운 것이다.
나의 단순한 외관 때문에 내가 나에게 던져지는 그토록 낯뜨거운 레이시즘을 체험한다는 것은 진실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피부가 좀 더 하얗고 눈이 옆으로 찢어지고 광대뼈가 불거졌다면 나는 돈 많은 일본관광객으로 취급되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레바논 사람들은 나를 공경스럽게 대했을 것이다. (166쪽)
* 암만에서 돌아왔을 때,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부엌 싱크대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을 보았을 때의 그 감격! 평생 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평생 그런 물에 손을 씻은 적이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우와! 더운 물 샤워의 감격이란 이루 형언할 수 없었다. 숟갈을 대는 모든 음식이 감미로웠다. ...
나는 사막의 꿈을 지키고 산다. 사막에서의 장면들은 결코 환영으로 사라질 수는 없는 것 같다. 그것은 이 생애 끝날 때까지 내 생명의 원천으로 남아있으리라! (243쪽)
* 여행은 혼자 다닐 때, 그 느낌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리고 나는 나의 삶을 작품에 예속시키고 싶질 않다. 나는 작품을 위해서 전문인으로서 사는 것이 아니다. 사는 과정에서 작품을 낼 뿐이다. 나의 작품은 나의 삶 그 자체이다. 나의 삶은 모험의 여정일 뿐이다. (262쪽)
* " 낙타는 진실로 탁월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보싸의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낙타라는 동물의 예민한 감성과 이성적 능력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327쪽)
* 춤추는 사람들로부터 발현되는 에너지가 나를 흥분시켰다. 나 스스로 좀 취한 듯, 아주 자연스럽게 행복한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나는 행렬의 도중에서 그들의 전통적 고수의 장구 리듬과 인도 특유의 음악에 아주 깊숙이 일체감을 맛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건 또 뭔가? 아주 이색적인 리듬으로 색조가 확 바뀌더니 폭발적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연주하고 춤을 추는 것이다. 나는 단지 한 달 전에 이 노래가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을 뿐이다.
나는 강남스타일이 어떤 노래인지도 몰랐다. 정말 이 광경은 완벽하게 나의 의식에서 차단되어 있던 충격파였다. 인도의 아주 편벽한 외로운 타운에서 열리고 있는 결혼식에서 이런 노래와 춤을 경험한다는 것, 그들이 '강남스타일'을 한국말로 외치고 있는 광경은 씨리얼리즘의 명화와도 같았다. (394쪽)
* 완두콩을 넣은 쌀밥과 짜파티, 카레로 볶은 야채요리, 납작한 렌즈콩으로 만든 걸죽한 스프, 도너츠처럼 생긴 튀긴 빵이 펼쳐질 때 나는 또다시 울 뻔했다. 물론 요번의 울음은 나를 케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고마움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리라. 울음은 존재의 허약함으로부터도 생겨나지만, 또한 존재의 포만감으로부터 생겨나기도 하는 것 같다. (418쪽)
* 여우 또한 잡식성의 포유동물인데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다고 한다. 여우들이 음식을 다 먹고 난 후, 나는 광관객들이 하는 대로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관광객그룹의 일원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의 일상적 삶에 있어서는 내가 관광객이 되어 그 그룹 속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나는 여행을 해도 혼자 했고, 주변의 사람들이 감히 할 엄두도 못내는 그런 짓들만 골라서 했다. 그러나 4일 동안의 완벽한 고존 孤存을 겪은 후에 자연스럽게 나는 타자와 같이 행동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어떤 느낌을 확보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 결국, 나 또한 사회적 동물일 뿐이구나! (501쪽)
* "돼지는 더러운 동물이야. 예언자께서 이미 돼지고기는 인간에게 해롭다는 것을 아셨어. 그리고 그러한 사실은 이미 근대과학에 의해 다 증명되었지." 그러나 이러한 추론은 전혀 과학과는 무관한 것이다.
종교는 인간에게 '믿을 것'을 강요한다. 믿는다는 것은 '신념의 도약'에 근거하고 있는데, 그것은 의문이 없이 증거도 없이 교설을 맹종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의 종교적 경전에 위배되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면, 그 증거는 배척되어야만 한다. 이전의 교설이나 학설을 부정하는 새로운 증거의 수용이야말로 과학의 정신이요. 인류문명을 진보시킨 힘이다.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꼭 사람 같다. 윈스턴 처칠의 유명한 멘트가 있다.
" 고양이는 사람을 내려보고, 개는 사람을 우러러보고, 돼지는 사람을 같게 본다."
(557쪽)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만든 고급진 윈터 캐슬
* 나는 곧 또 하나의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내가 사일런스의 광막한 개방성에 홀로 존재하는 고독의 안락을 향유하는 경지에 도달하게 된 이후로는 이제는 또 소음이 상존하는 어떠한 곳에도 거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나는 소리라는 것에 매우 민감해져서, 내가 사막에 익숙하기 이전에는 그토록 쾌적하게 느꼈던 해변이나 산장을 싫어하게 되었다. (615쪽)
* 사막에서 돌아온 후, 나는 예술을 바라보는 방식에 근원적 혁명을 일으켰다. 예술은 더이상 한 개인의 자기표현의 열정이나 장난이 될 수 없었다. 흰 벽 걸쇠가 있는 전시장에 걸리는 행운, 그리고 사적인 쾌락을 위해서 누군가 내 작품을 구매해주기를 바라는 소망 속에 창작행위를 한다는 것이 더이상 의미를 갖지 않게 되었다.
벽에다 예술품을 건다는 것 자체가 삶의 군더더기가 되는 그런 곳에서 오래 생활을 하다 보니, 그토록 선명하고 짙은 대자연의 색깔과 아름다운 구도의 시시각각의 변화 속에서 혼연일체가 되다 보니 자연스레 나를 지배하던 예술의 기존관념들이 허물어져 나갔다.
...
제도화된 환경의 연관구조 속에서 어떠한 종국적인 제품을 생산한다는 선입견을 일체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완성된 작품은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종말론적 허구이다. 물론 예술의 제도권 전체를 내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공공의 교육을 위하여 매우 유효하다. 최근 나는 나의 페인트 부러쉬가 캔버스 위에서 어떠한 느낌을 나게데 전달하는지 그 교감에 몰두하고 있다.
- 完
(6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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