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공부론 / 김영민

칠부능선 2023. 4. 6. 23:33

새로운 교재를 탐색하느라 책 몇 권을 주문했다.

공부가 의무이던 때는 공부가 싫어서 딴짓을 많이 했는데, 이제사 공부가 좋아졌다.

지금 내 공부라는 건 그저 책 읽는 것이지만. 시험이 없으니 가볍고 즐겁다.

인이불발而不發, 당기되 쏘지 않는다니.... 김영민의 예사롭지 않은 생각을 따라가본다.

예스런 우리말이 반갑다. 검색을 해 봐야 하나? 그냥 느낌대로 일단 읽어나간다.

아무래도 되새김이 필요하다.

* ... 자본의 힘과 기술의 마력 사이에서 몰풍스레 실그러져 버린 인문학 공부의 이치(人紋) 는 어디에 있을까요? ....

익으면 진리가 도망치듯, 도망치는 진리를 도망치는 대로 놓아두는 것! 그처럼 기다리되 기대하지 않고, 알되 묵히며, 하이얀 의욕으로 생생하지만 욕심은 없으니, 당기되 쏘지 않는 것입니다.

'서문' 중에서

 

* 실명제 공부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차 없이 밝히는 태도'는 더러 유치하고 남루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익명은 편리하며 일반화의 궤선과 손쉽게 이어져 필요에 따라 본색을 감출 수 있지만, 기명은 조촐하고 위험하고 종종 옹색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위험하고 옹색한 이치 속에 자발적으로 걸어 들어갈 때라야 우리 인문학 공부의 타율적 관념론은 그 궁색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86쪽)

* 20세기 최고의 석학 중 한 사람인 러셀은 《수학의 원리 》(1910)를 쓸 당시 연구가 곤경에 빠졌을 경우에 사용했던 '무의식 비법'을 소개한 적이 있다. 기술적, 의식적인 노력만으로 그 난경을 빠져나오지 못하면, 그는 잠이 들기 전에 자신(의 무의식)에게 "내가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이 문제를 풀어놓아라"는 식의 명령(자기 암시)을 내린다는 것이다.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러셀에 의하면 이 방법이 제법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104쪽)

* 책을 읽다가 싫증이 생기면?

계속해서 책을 읽어라!

(165쪽)

* 동무

생각 대신 공부하는 이.

호올로 좋아하기보다는 서로 돕는 이.

구경하는 대신 몸을 끄-을-고 개입하는 이.

영리하게 매매하기보다 현명하게 주고받는 이.

타자성이라는 심연을 동정적 혜안으로 굽어볼 줄 아는 이.

초월하지 않기 위해, 진리를 말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이.

글- 말- 생활 - 희망을 축으로 함께 사귀고 배우며 비평하는 이.

...

노릇이 아닌, 생활의 무늬/ 삶의 태도/ 버릇만으로 서로를 인정하며 모방하는 이.

(207쪽)

*현명한 복종, 현명한 지배(현복지)

자유와 평등이 인문적 연대의 필요조건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재론할 필요조차 없겠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형식적 조건 그 자체가 심각하게 미달되었거나 억압되었을 경우, 동무들은 각자의 생활세계적 관심들을 묻어 놓고 이념의 깃대를 향해 동지로서 결합해야만 할 테니 말이다. 또한 베버의 말처럼, 정신없는 전문가와 마음없는 향락가'들로 북적대는 세속에서 다시 복종과 지배를 들먹이는 짓은 열없는 시대착오일 뿐 아니라 영락없는 스캔들로 보인다. (2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