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하늘 꽃 피다 / 노갑선

칠부능선 2022. 12. 15. 10:02

노갑선 작가는 일면식 없는데 오래 알고 지낸 분 같은 느낌이다.

주위에 좋은 분들이 등장하는데 나도 아는 사람이 많다. 덩달아 마음이 푸근해진다.

맘씨, 솜씨, 맵시 모두 곱고 여물듯한 작가에게 박수보낸다.

'우리의 전통문화와 오감을 깨우는 차를 가까이 하며 멋과 맛에 흠뻑 젖었습니다.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재조명하고,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글로 남겼습니다.

나의 수필나무에 수 번째 꽃등을 답니다.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은은한 향을 전하고 고운 빛깔로 주변을 밝히면 좋겠습니다.

퇴직후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남편의 작품을 표지와 본문에 실어 잠시 쉬어가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

- '작가의 말' 중에서

* 앙증스런 깽깽이풀꽃에 눈길을 보낸다. '안심하세요'라는 꽃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강아지가 이 풀을 먹고 환각 증상을 일으켜 깽깽거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사랑스럽다. 뿌리가 노랗고 연꽃처럼 보인다고 해서 중국명은 선황련鮮黃蓮이다. (52쪽)

* 사방으로 뻗은 나뭇가지를 따라 촘촘히 홈질을 한다. 겉감과 토톰한 속지 헝겊을 군데군데 핀으로 고정시킨 후 손놀림은 빨라진다. 바느질을 끝내고 뾰족한 핀을 뽑으니 멈칫거리던 나무들이 숨을 내쉬듯 꿈틀댄다. 다시 겉감과 연회색 안감을 맞추어 반박음질을 한다. 한 땀 갔다 반 땀 되돌아오는 바느질 기법은 자신의 발자국을 뒤돌아보며 꼭꼭 다져가는 삶을 닮은 것 같다. (100쪽)

* 순천만 습지 용산 전망대의 해넘이는 장관이다. 아스라이 먼 하늘에는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색색의 구름이 층을 이루었다. 책을 쌓아놓은 듯한 절벽의 주상절리처럼 보인다. 습지 사이로 흐르는 쌍곡선의 바다에 두 척의 배가 오간다. 마주 보고 달리는 배가 부딪칠까봐 마음은 콩닥거린다. 바닷물을 마르모꼴로 만들며 속력을 낮추던 배가 멈추어 안도의 숨을 내쉰다. (131쪽)

* 붓꽃을 보면 '상상과 창작'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한적한 곳에 청초하게 피어 있어 올곧게 살아가는 선비를 떠올리게 한다. 먹물을 머금은 붓으로 향기로운 글을 쓰라며 알려주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내 마음속에 붓꽃 한 송이 피우면 좋겠다. 활짝 핀 붓꽃에 벌 나비가 날아들듯 단 한줄이라도 누군가와 공감할 수 있는 수필 한 편을 꽃피워 보고 싶다. (150쪽)

* 집 가까이 있는 낙동강변 공원은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둑길에 늘어선 벚나무는 꽃비를 뿌리며 봄의 환희에 젖는다. 메마른 덤불 속에 군락을 이룬 쑥과 길가의 보랏빛 야생화에 눈 맞추고 귀 열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소나무 숲 벤치에 앉아 시원한 강바람에 심호흡을 하니 피로가 싹 가신다. 서쪽 하늘을 곱게 물들인 노을이 잔물결 위로 금빛을 쏟아낸다. 반짝이는 강물과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는 갈대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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