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불경스러운 언어 / 이은희

칠부능선 2022. 12. 2. 17:59

반가운 이름들을 만났다.

이덕무, 유득공, 이태준, 정민, 이옥, 김려, 심노승... 불경스러운 문장을 남긴 어른들이다.

우리는 그 불경스러운 문장을 기꺼이 품고 뜨거워진다. 목차만 봐도 반갑다.

'기갈이 들린 사람처럼' 고전을 찾아 읽었다니 기대된다.

목차를 앞에 두고 따악,

87세 고모부님의 필사본이라니, 어찌 감동하지 않겠는가.

감동을 넘어 눈물이 날 것 같다.

이은희 작가의 남다른 자부심과 긍지의 연원을 엿본다.

* 차를 매개로 선인의 견고한 인연이 아름답다. 추사와 초의는 경전의 말씀대로 '땅과 같은 벗'이다. 참으로 '곡식과 재물을 나누어주고 보호하여 은혜가 두터워지고 박함이 없는 벗'이다. 인공지능이 휘젓는 세상이 도래해도 인간의 순수한 마음을 따라가진 못한다. 차는 소통과 공유의 상징 중 하나이다. 차 나눔에서 상대에게 다가가는 법을 배운다. 시공간을 초월한 우정이 그립다. (56쪽)

* 이옥의 중흥유기重興遊記의 글처럼 "어디를 가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고, 누구와 함께하든 아름답지 않는 곳이 없다."는 찬사처럼 온 천지에 오색 단풍 들고 낙엽이 구르니 어찌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랴. 인간의 마음은 아름다움에 흔들리라고 지구에 자리하는가 보다. 선인처럼 글감 잡으러 가을 속으로 떠나보자. (109쪽)

* 정녕 사유할 줄 아는 관찰은 인간을 위대하게 만든다. 새는 정녕코 봄을 울고 있다. 울어야만 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지금이 아니면 짝을 구하지 못한다는 절체절명의 사명을 안고 지절대기 때문이다. 한유는 물상을 섬세한 관찰과 상상력으로 자연의 진리를 꿰뚫는다.

(133쪽)

* 나는 원고를 쓰는 중에는 하루 작업을 마치고 나면 내가 쓰는 글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리기 위해 책을 읽었다. 작업 시간 외에도 쓰던 글에 대한 생각을 계속하면, 다음 날 글쓰기를 시작할 때 글의 실마리를 잃어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 운동을 해서 몸을 피곤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고, 아내와 사랑을 나누는 것은 더 좋은 방법이었다.

- 어네스트 헤밍웨이 <파리는 날마다 축제> 70쪽

그는 '글쓰기에 필요한 영감의 샘이 절대로 마르지 않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영감의 깊은 샘에 아직 뭔가가 남아있을때 글쓰기를 멈추고 밤새 그 샘이 다시 차오르기를 기다릴 줄도 알고' 있었다. 말처럼 글을 짓기가 쉽지 않다. ...

글쓰기에 관한 명언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다. 헤밍웨이는 작가 지망생에게 '일단 쓰라, 일단 써 보라.'라고 말한다. 나 또한 한점 의구심 없이 글을 쓰고 또 쓰고 있다. (175쪽)

* 문장이 행간을 음미하며 과거의 자잘한 기억을 소환한다. 참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다. 무엇보다 주자청이 1900년대 머물며 삶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그 시대의 고유한 문화의 풍취와 따스한 인정을 어찌 알겠는가. 백 년이 넘은 중국인의 글이지만, 그의 소소한 일상과 수려한 문장에 감동하며 여러 생각을 낳는다. (181쪽)

* 그의 수필은 다양다기한 실험 정신으로 변화를 꿈꾸며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수필에 삽화를 그리고 사진을 넣는다. 결을 느끼기 위해 사진기를 들고 나서기도 하고, 닫힌 공간 베란다에서 꽃을 키우기도 하여 요즘 트랜드인 테마수필을 이어가며 한 권 한 권 우리에게 새로운 방향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앞으로 그의 진화가 어디로 향할지가 또다시 궁금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앞세우기 위해 그의 뒷모습을 주목하게 된다. - 홍억선 <이은희를 주목한다> 중에서. (205족)

홍억선 선생님이 조근조근 이은희 작가의 내력을 들려준다.

공을 많이 들인 노작에 박수보낸다.

수필계의 상을 거의 섭렵한 이은희 선생이다.

주식회사의 경영지원본부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어찌 이렇게 맹렬히 창작을 하는지 놀랍다.

"수필은 사유의 보궁이다" 혜안 이은희

이 웅혼한 단언에 기어이 내 낯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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