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호밀밭의 파수꾼 / J.D. 샐린저

칠부능선 2022. 11. 13. 21:36

데이비드 제롬 샐린저 1919년생 ~

이렇게 쓴 저자소개의 책이다. 1994년 초판, 정가 3,500원. 누렇게 바랜 책이다.

장석주 교재 중 <따뜻한 냉소주의 문체> - '세상을 등진 은둔 작가의 상상력' 자료라서 찾아 읽었다.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 싶은 아버지는 적성에 맞지 않는 학교를 보내 괴로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결국 낙제를 하고 퇴학을 당한다.

그런 모든 경험이 그의 글에 녹아나온다.

샐린저는 30대에 유명해져버렸다. 1960년대 중반, 샐린저의 공식적인 삶을 끝냈다. 흔들림없이 비밀에 감싸인 채 은둔 생활을 이어가다가 2010년 1월 27일, 사망한다. 그 사이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꿈꾸는 16세 반항적이며 시니컬한 호든의 이야기는 내내 어이없는 웃음이 난다. 덩치가 크고 앞머리가 흰, 호든은 담배를 피우며 어른놀이도 즐긴다. 이그~~ 이그~~ 이러면서 감정이입이 되는 걸 보면 웃긴다.

* 스트라드레이터는 면도를 하면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단지 관객뿐이었다. 사실 나는 자기 선전을 좋아하는 인간이다.

"나는 지사의 아들입니다."

하고 나는 말했다. 나는 신바람이 났다. 탭댄스를 하며 이리저리 마구 돌아다녔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탭댄서가 되는 것을 싫어하셨습니다. 옥스포드에 가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내 핏속에는 탭댄서를 위한 소질이 흐르고 있습니다."

스트라드레이터가 웃었다. 그녀석은 그래도 유머를 알아차릴 줄 아는 놈이었다. (47쪽)

* 피비를 보여주고 싶다. 그애처럼 귀엽고 영리한 아이는 아마 처음 볼 것이다. 정말 영리한 아이다. 사실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줄곧 A만 받았던 것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우리 식구 중에서 바보는 오로지 나뿐이다. 형 D. B.는 작간가 뭔가하는 작자이고, 내가 전에 말했던 죽은 동생 앨리는 천재였다. 나만이 바보 천치인 것이다. (101쪽)

* 1막이 끝나자 우리는 다른 바보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러 복도에 나왔다. 엄청난 광경이었다. 내 평생 그렇게 많은 엉터리들이 모인 것을 본 것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눈물이 나올 때까지 담배를 피우며 자신들이 얼마나 똑똑한 인간인지를 증명하려는 듯 큰소리로 연극에 관해 지껄이고 있었다. 우리 옆에는 멍청해보이는 영화배우가 담배를 피우며 서 있었다. (183쪽)

* "어쨌거나 나는 넓은 호밀밭에서 어린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항상 눈에 그려 본단다. 몇천 명의 어린이들만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곤 나밖에 아무도 없어. 나는 아득한 낭떠러지 옆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이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주는 거지. 아이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런 때 내가 갑자기 어딘가에서 나타나 그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지.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그러나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것밖에 없어."

피비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무슨 말인가를 웅얼거리더니 또 "아빠는 오빠를 죽일거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죽여도 좋아"

하고 내가 말했다. (248쪽)

* 나는 그런 일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것을 후회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내가 여기에 등장시킨 사람들이 지금 내 곁에 없기에 보고 싶다는 것 뿐이다. 예컨데 스트라드레이터와 애클리마저 그립다. 그놈의 모리스 녀석도 그립다. 우스운 이야기다. 누구에게든 말하지 않는 편이 좋다. 말을 계속하면 모든 인간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3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