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여행, 영혼의 씻김굿 / 문육자

칠부능선 2021. 8. 6. 18:00

문육자 선생님은 오래 전 수필의 날, 행사에서 같은 버스를 탔다.

눈인사만 나누었는데 갸날픈 체구에 눈이 깊고 반짝이던 기억이 난다. 

백백엔 무거운 카메라가 있었던 것도. 

 

책을 받자 마자 주욱 읽었다.

내 역마살을 들썩이기에 충분했다. 먼 여행이 막혀있는 이 시점에서 울렁이며 숨통이 트였다.

세상에나~~ 곁에 있었으면 계속 읖조렸을 말이다. "대단하세요."

지구 곳곳에 발자국을 찍었다. 내가 가본 곳보다 못 가본 것이 훨씬 많다. 

주로 혼자 다니는 것도 대단하다. 

 

  오늘이 가장 아름다운 날이며 축복의 날임을 믿기로 하고 내보일 수 있는 건 작품 밖에 없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

  여행이란 내게 무엇이었던가. 씻김굿을 보면서, 영혼을 말갛게 헹구어 하늘로 보내는 그 행위가 내겐 여행이라고

  느껴졌다.

  해갈이었다. 늘 목말라하며 용케 버티어 가는 내게 주는 선물이자 가장 큰 상이었다. 이름 하기 힘든 갈망들이 줄줄이 줄을 서며가자고 이끌 때 나서게 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책을 읽고 작가에게 급하게 메일을 보냈다. 흥분이 가시기 전에 박수보내는 의미로. 

미지의 세계로 한걸음에 내달렸으니 이제 찬찬히 음미하며 거듭 행복해져야겠다. 

 

                                                    

                                                 

                         

 

                         본인이 나오는 사진을 극도로 자제한 것도 맘에 든다.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와 둘이 독일에서 차를 렌트해서 19일간 돌아본 루트다.

                              중년의 여자 둘의 자동차 여행은 그곳에서 벌써 유명해졌다.                                                       

 

동행을 풀다 

- 여행을 마치며

 

이번 여행은 묵상이었다. 내 삶의 텃밭을 묵상하게 했다.

삶의 한 부분이었다. 만만한 삶이 어디 있으랴.

그라나 새로움은 경이였고 나는 내 영혼을 말갛게 씻기고 있었다.

열아흐레 동안 식구들은 안부를 물어오지 않았고 나 또한 아무 것도 전하지 않았다.

여행은 내 영혼의 씻김굿 같은 것이었다. 

남은 날들은 그리움을 그리워할 것이다.

그 그리움으로 다시 길 위에 서리라.

그냥 그렇게 홀가분하게. 

 

- (122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