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방드르디, 야생의 삶 / 미셸 투르니에

칠부능선 2021. 2. 28. 16:40

 미셸 투르니에가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뒤집어 쓴 소설,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을 청소년판으로 다시 썼다. 올해 중학생이 된 태경이에게 주려고 이 판으로 골랐다.


1719년에 나온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에는 원시인, 방드르디(프라이데이)가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지만, 여기서는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동등한 입장이 되고, 나중에는 원시의 삶에서 방드리디는 더 유능한 인간이다. 야생의 삶을 이어가는데 영국에서 배운 지식은 무용하다는 걸 알게 된다. 

28년 만에 섬을 탈출할 기회가 오지만 로빈슨은 섬을 떠나지 않는다.  

이기와 탐욕, 문명을 버리고 진정한 자유를 선택한다. 

그러나 호기심이 많은 방드리디는 와이트버드 호를 타고 떠난다.  

 

 

*그는 아버지가 당시 미국의 철학자이고 학자이며 정치가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달력』을 읽게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책에서 벤저민 프랭클린은 일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을 정당화하는 도덕적 교훈을 제시하고 있었다. 로빈슨은 언제나 눈에 보일 수 있도록 섬 도처에 그 교훈을 새김으로써 더 이상 낙담하지 않고 게으름을 극복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그는 필요한 수만큼 작은 통나무를 잘라서 모래언덕에 박은 후 다음과 같은 말을 적어놓았다. 

'가난은 인간에게서 모든 미덕을 앗아간다. 속이 빈 자루가 똑바로 서 있기란 어려운 것이다.'

동굴의벽에는 일종의 모자이크처럼 돌멩이들로 다음과 같은 말을 새겼다. 

'두번째 악덕이 거짓말을 하면 것이라면, 첫번째 악덕은 빚을 지는 일이다. 거짓말은 빚 위에 걸터앉기 때문이다.'

 (P 73)

 

* 처음으로 로빈슨과 방드리디가 다툰 것도 요란한 음식 때문이었다. 전에는 -폭발 사건이 있기 전에는- 그들 사이에 다툼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로빈슨이 주인이었으니 방드리디는 복종하면 되었다. 로빈슨은 방드르디를 꾸짖어 나무라거나 심지어 때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방드리디는 자유로운 신분이 되어 로빈슨과 동등해진 이상, 이제 그들은 서로 화를 내며 다툴 수 있었다.  (P 124) 

 

* 로빈슨은 헌터 선장에게 섬에 사냥감이 많으며, 괴혈병으로부터 선원들을 지켜줄 수 있는 물냉이, 쇠비름 같은 신선한 식량 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을 설명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선원들은 벌써 껍질이 비늘처럼 일어나는 키 큰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긴 칼로 캐비지 야자나무의 새싹을 자르고 있었다. ....

 이 무례한 주정뱅이들이 섬의 나무들을 멋대로 훼손하고 짐승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는 꼴을 보노라니 그의 마음이 아팠다. ...  선원들은 금화를 쉽게 찾기 위하여 초원 전체에 불을 지르기로 결정했다. 로빈슨은 그 금화가 자기 것이고 불이 나면 짐승들이 섬에서 가장 좋은 풀밭을 잃게 되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새로운 금화가 발견될 때마다 단도나 긴 칼을 휘두르는 참혹한 싸움이 벌어졌다. 

 (P 182) 

 

* 로빈슨은 새로운 활기와 기쁨이 몸속으로 들어와 그에게 다시 원기를 불어넣는 것을 느꼈다. 방드르디는 그에게 야생의 삶을 가르쳐주고 떠났다. 그러나 로빈슨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이제 자신처럼 붉은 머리칼이 햇빛에 빛을 발하는 어린 형제가 있다. 그들은 이제 새로운 놀이, 새로운 모험, 새로운 승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 

 " 이제부터 네 이름은 '디망슈'란다. 축제와 웃음과 놀이의 날이지. 그리고 나에게 너는 언제나 일요일의 아이일 거다." 

로빈슨이 그(소년 선원 - 야안 넬라패예프)에게 말했다.

 (p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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