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강신주의 감정수업

칠부능선 2021. 2. 22. 11:58

48가지 인간의 감정을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통해 풀었다.

48권의 책과 그림이 주제별로 소개하는데, 편집자의 공이 느껴진다. 7년동안 50쇄를 찍었다.

내가 읽은 책 보다 안 읽은 책이 더 많다. 48권의 다이제스트를 읽은 느낌도 들어 원작을 읽어야지 하는 메모도 했다.

늘 책이 책을 부른다. 

강신주의 최근 유투브 강의를 보니 완전 말랐다. 병이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 지경으로 인상이 바뀌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 독설 같은 유머는 여전하지만, 걱정되는 모습이다. 

첫 번째 나온 감정이 '비루함'이다. 비루함이란 '슬픔 때문에 자기에 대해 정당한 것 이하로 느끼는 감정'이라는 스피노자의 말을 이반 투르게네프의 『무무』를 통해 말한다. 각 감정마다 응용과 실전을 위한 '철학자의 어드바이스'가 있다.

책 소개 말미에 작가소개는 간략하지만 핵심을 전한다.

이반 투르게네프의 이 작품을 통해 안렉산드로2세가 농노제 폐지를 결심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게라심은 위엄 있는 농부의 표본이다. 

 

* 연민 - 타인에게 사랑이라는 착각을 만들 수도 있는 치명적인 함정. 

  불행히도 연민은 결코 사랑으로 바뀔 수 없다. 타자의 불행을 감지했을 때 출현하는 감정이기에, 연민의 맡바닥에는 다행히 자기는 그런 불행을 겪지 않았다는 것, 나아가 불행한 타자를 도울 수 있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P 134)

 

* 욕망이란 인간의 본질이 주어진 감정에 따라 어떤 것을 행할 수 있도록 결정되는 한에서 인간의 본질 자체이다. ...

욕망은 자신의 의식을 동반하는 충돌이고, 충동은 인간의 본질이 자신의 유지에 이익이 되는 것을 행할 수 있도록 결정되는 한에서 인간의 본질 자체이다. - 스피노자 에티카』에서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인간의 이성에서 윤리학을 시작하려고 할 때, 스피노자는 자신의 윤리학을 욕망에서부터 출발했다. 이것이 바로 스피노자가 지닌 혁명성이다. 개개인의 삶보다는 사회질서를 우선시하는 대부분의 윤리학자들이 스피노자를 그토록 비난했던 것도 다 이유가 이었던 셈이다. 그들은 전체 사회를 위해 개인의 욕망은 통제되거나 절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니까. 이렇게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자신의 욕망을 검열하는 것이 바로 '이성'의 역할이다. 결국 이성의 윤리학은 사회의 윤리학이지 '살아있는 나'의 윤리학일 수는 없다. (P 182 )

 

* 철학자의 어드바이스

 인간은 겁이 많은 존재다. 그래서 종교까지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비가 오지 않아 농사를 망칠까 봐 두려워 기우제를 지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비가 오는 것과 기우제를 지내는 것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 그저 막막하게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야 미래에 대한 공포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가장 불행한 일에 대한 공포, 이것이 바로 겁이라는 감정의 정체다. 그러니까 겁이 많은 사람은 미래의 불해에 미리 젖어 현재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돌보지 않게 된다.  (P 428)

 

* 에필로그

 '감정은 순간적이다' 라는 말만큼 감정을 모욕하는 표현은 없을 것이다. 분명 감정은 영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찰나적이고 순간적인 것만은 아니다. 감정은 지속적인 것이다. 오늘 내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 내일이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슬픔을 주는 경우는 없으니까. 오늘 미워하는 사람이 내일 사랑하는 사람으로 불쑥 탈바꿈하는 겨우도 없다. 감정은 우리 삶의 속도만큼 충분히 지속적이다. 그러니 감정의 색채를 믿고 따르라! 자신의 심장 소리와 함께 지속되는 그 감정의 목소리를 존중하라! 그것만이 당신이 현재에서 충만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그러기 위해서 여러분은 주변의 평가에서 자유롭고 당당해져야만 한다.  (P 513) 

 

 

 

 

 

                  7년 전 얼굴?  표지에 얼굴이 들어가는 게 부끄럽다. 내 얼굴인양 얼른 없애고 책을 읽는다.

 

'놀자, 책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패엽경 / 김도연  (0) 2021.02.25
고민 중 ~  (0) 2021.02.24
생각의 지도 / 리처스 니스벳  (0) 2021.02.14
생은 아물지 않는다 / 이산하  (0) 2021.01.15
모독冒瀆 / 박완서  (0) 2021.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