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칠부능선 2020. 2. 26. 18:35

 

  김애란의 첫 산문집이다.

  나를 키운 팔할은 어머니의 국수가게 '맛나당'이라는 것으로 시작해서 부모님의 연애담 '나의 기원, 그의 연애'등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 맛나당'을 읽으며 교복입던시절 광화문에 있는 학원에 다니때  자주 들렀던 냉면이 특히 맛있던 '당주당'이 생각난다. 흐릿한 기억이지만

  졸업하고 찾아가 먹어보니 예전의 그 맛이 아니었다.

  '소설'로 인해 만나는 작가들과의 교류가 인간관계로 이어지는 과정?  나의 없음이 너의 없음을 알아보는 소통... 이건 신형철 버전이다.

  중국의 고전 신화집 <산해경>을 이야기하는데 나는 박상륭의 산문집 <산해기>를 떠올렸다. 뜬금없는 기억이지만, 책이 책을 부른다.

 

 

  *제 소설에 명랑한 세계가 가능했다면 그건 제가 특별히 건강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특별히 밝은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찧고

  까불며 놀 수 있는 마당을 선배들이 다져줬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내 농담이 선배들의 진담에 빚지고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132쪽)

 

  * 두보가 쓴 <곡강>을 두고 학생들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 단순히 '꽃잎이 떨어진다'라고 생각하는 삶과 그렇게 떨어지는 꽃잎 때문에

  '봄이 깎인다'라고 이해하는 삶은 다르다고. 문학은 우리에게 하나의 봄이 아닌 여러 개의 봄을 만들어주며 이 세계를 더 풍요롭게 감각할 수

  있게 해준다고. 종이를 동그랗게 구기면 주름과 부피가 생기듯 허파꽈리처럼 나와 이 세계의 접촉면이 늘어난다고 했다. (250쪽)

 

  * 세상에 잊기 좋은 이름은 없다. (300쪽)

 

 

 

 

'놀자, 책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 정태춘  (0) 2020.03.07
이스탄불 / 오르한 파묵  (0) 2020.03.04
몰락의 에티카 / 신형철  (0) 2020.02.21
책부자~   (0) 2020.02.13
<별들의 감옥> 고경숙  (0) 2020.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