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이스탄불 / 오르한 파묵

칠부능선 2020. 3. 4. 12:33

 

  <이스탄불 - 도시 그리고 추억>

 

  오르한 파묵의 자전에세이다.

  카잔차키스 하면 크레타를, 제임스 조이스는 더블린을 카프카는 프라하를 떠올리듯이 오르한 파묵은 터키작가 보다 이스탄불 작가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건너며 이쪽은 유럽이고 저쪽은 아시아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 경계에서 과거의 영광은  현재의 음울, 깊은 슬픔, 우수... 이 복합적인 감정을 '비애'로 뭉뚱인다.

 

  그의 어머니는 작은 아들에게 오스만 제국 술탄의 이름을 따서 직접 이름을 지었는데, 술탄 오르한은 역대 술탄 중에 

  절대 거대한 일을 추구하지 않았고, 눈에 띄지 않았으며, 평범한 삶을 살았고, 역사책은 이 2대 오스만 제국 술탄을 별로 중요하게 언급하지 

  않았지만 존경스럽게 서술하기 때문이다. 

  오르한 파묵이 일찌기 비범했는지, 이 아들에게 "평범해라, 다른 사람처럼 하거라, 절대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말아라."고 일렀다.

  그는 학교도 자주 결석하고, 다니던 건축대학을 거부하고, 어머니와 논쟁을 많이 하고, 논쟁 후 한밤중에 산책을 한다.

  밤거리를 걸으며 스스로 위로 받고 돌아와 책상 앞에 앉는다.


   "화가가 되지 않겠어요. 난 작가가 되겠어요." (501쪽)

 

 

  *1952년 6월 7일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에 이스탄불 모다에 있는 작은 사설 병원에서 태어났다. 밤에 복도와 세상은 조용했다.

  우리 행성에, 이틀 전에 이탈리아의 스토롬볼리 화산이 갑자기 뿜어내기 시작한 불꽃과 재 이외에 다른 충격적인 일은 없었다. 북한에서

  전쟁 중인 터키군에 관한 기사와 북한 사람들이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준비를 한다는 것과 관련된 미국 자료에 근거한 일련의 추측들은 신문에

  나온 작은 소식들이었다. (21쪽)

 

  *비애는 한 사람의 정신 상태를 설명하는 멜랑콜리 감정에서 꽤 멀어지고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가 <슬픈 열대>에서 사용한 것과 비슷한 의미에

  접근한다. 위도 41도에 이치한 이스탄불의 기후는 지리와 극심한 빈곤이라는 측면에서 열대 도시에 전혀 비유되지 않더라고 삶의 나약함, 서양의

  중심부에서 멀다는 점, 인간관계에서 서양인이 첫눈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분위기' 그리고 비애라는 감정은 레비 스트로스가 사용한

  의미의 슬픔과 비슷한 연상을 불러일으킨다. (141쪽)

 

  *우리는 어떤 사건들을 어떻게 명명하는지를 보고 우리가 세계의 어디에 있는지, 동양에 있는지, 서양에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1453년 5월 29일에 일어난 사건은, 서양인들에게는 콘스탄티노플의 '몰락'이며, 동양인들에게는 이스탄불의 '정복'이다. 간단히 말하면 '몰락'

  혹은 '정복'이다.  (240쪽)

 

  *보스포루스가 모든 세계 정복의 열쇠이자 세계의 지정학적 심장부이며, 이러한 이유로 러시아인을 위시하여 모든 민족과 군대가 우리의

  아름다운 보스포루스를 탐한다고 가르친 사람들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

  보스포루스를 지나가는 배를 세는 것은 나만의 이상한 습관이 아니라, 나이를 불문하고 나와 비슷한 이스탄불 사람들에게 흔한 습성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285쪽)

 

  * '탁심'이라는 단어는 '나누다', ' 퍼트리다', '물이 두 갈래로 나누어지는 곳'이라는 의미인데, 네르발이 풍경과 상인과 묘지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던 높은 평지를, 그가 다녀가기 십 년 전에 건설된 물 배급 센터 때문에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이스탄불 사람들은 '탁심'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전 생애를 보냈던 이 지역은 여전히 탁심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이곳을 탁심이라고 부르기 전에 네르발처럼 플로베르도 이곳을 지나갔다.

  (387 쪽)

 

  * 역사와 폐허, 페허와 삶, 삶과 역사가 이렇게 특별하게 맞물려 있는 상태, 나무와 돌로 만든 도시의 오래된 조직의 잔재, 먼 마을로 가고 싶은

  열망은 고갈되었다고 걱정했던 그림 그리는 즐거움의 자리를 대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 '두 번째 세계'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 목적 없는,

  시적 혼란 속에 있고 싶었다! (479쪽)

 

 

 

 

 

'놀자, 책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사서설 / 이븐 할둔  (0) 2020.03.12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 정태춘  (0) 2020.03.07
<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0) 2020.02.26
몰락의 에티카 / 신형철  (0) 2020.02.21
책부자~   (0) 2020.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