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이만교 선생

칠부능선 2019. 12. 9. 15:17

 

  오래 전, 친구의 강권에 이끌려 '수유+너머' 라는 공간의 글쓰기 교실에 다닌 적이 있다. 그때 만난 선생님이다. 

  길이 멀기도 하고 시간이 허락치 않아서 오래 다니지는 못했지만, 식당을 이용하는 방법이나 찻집, 학생들이 하는

  열하일기 공연도 보았다. 그곳은 새로운 놀이터면서도 학구적이 분위기가 좋았다. 거기서 고미숙 선생도 처음 봤다.

  고미숙 선생 책을 열독하기도 하고... 그리고 한동안 잊고 지냈다.

  이만교 선생이 새 소설을 내서 샀다. 내 딴의 의리라고. 사는 김에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도.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글쓰기가 공부로 되는 것이라는 생각에 회의적이지만, 글쓰기의 자극이 되는 건 맞다.

 자극이 되는 시와 소설, 성현들의 태도와 말씀이 많이 등장한다. 영화와 습작생의 글들도 본보기가 된다.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공부'의 시간에 젖어본다.

 '기술로서의 글쓰기가 아닌 삶의 태도로서의 글쓰기를 만하는 이 시대 가장 충실하고 성찰적인 글쓰기 책!'

 무엇을 어떻게 왜 쓸 것인가. 그리고 그 글쓰기는 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고민하는 만큼, 행동하는 만큼,

 세상을 다르게 보는 만큼, 나의 글쓰기는 쉬워지고 또한 좋아진다.'  -에필로그 중에서

 한 번 선생은 영원한 선생이다.

 

 

  <예순여섯 명의 한기씨>

 임한기씨가 실종되고 그의 주변인들 66명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한 내용이다.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다.

 그들의 말을 바탕으로 그려본 한기씨는 우직하다 못해 바보스러운 남자다. 이용당하고 채이면서도 웃는, 정깊은 인간.

 국수장사를 하던 한기씨가 재개발로 철거민이 되고, 부당함에 맞서다 용역과 경찰에 다치고, 쫒기고...

 마지막에 인터뷰어인 이만기씨가 말한다.

 '용역들 뒤에는 경비업체가, 경비업체 뒤에는 정비업체가 있었다. 경비업체 이사는 전직 경찰이나 관료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고, 경비업체 대표는 구청장과 향우회 회장, 부회장 사이. 그리고 그들 뒤에는 재벌 시공사가 버티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출세에 눈먼 서장과 비인간적인 법률 조항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국회의원들, 인기몰이에 급급한 시장과 대통령.

 그래서 절망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 뒤에 이들을 뽑아준 바로 우리 자신이 있다.'

 

  --- 서로의 아픔을 느끼는 대화만큼 좋은 시간이 또 있던가. 당신은 지금 내 슬픔에 깊이 귀기울여주신 것이다. 

 는 독자에게 감사하는 작가의 말이 있다.

 

  맞다. 읽는 내내 따라다니던 답답하고 찝찝하던 게 '슬픔'이었던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