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생, 권성우 문학비평가.
오래 전 <문학의오늘>세미나에서던가? 처음 봤을때,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우뚝, 외롭게 서있는 젊은 '선비' 느낌을 받았다.
그 후 발표한 글들을 찾아서 읽었다.
최근 페북에서 만나 다시 반갑게 그의 글을 읽고 있다. 내가 페북을 하는 수확 중의 하나다.
'비평이 그 자체로 하나의 매혹적인 읽을거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평가, 사유와 지식의 힘을 갖추면서도 감각의 아름다움을 지닌
에세이를 쓰고 싶은 희망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그의 첫 산문집이다.
우리 사회에 문제가 있을때마다 '한마디' 소신을 밝힌다. 지식인으로서 타인의 고통과 상처에 공감하는 따뜻한 품을 지녔다.
책을 통해, 영화를 보고 느낀 것, 20여 년의 시차를 뛰어넘는 글들을 모았다. 내가 읽은 책들을 만나는 기쁨도 있다.
영화 <김군>과 메리앤 울프의 <다시, 책으로>의 주장을 '시대의 야만을 맞서는' 영화와 책으로 접맥한다.
특히 애정이 느껴지는 작가는 93세 지금도 왕성하게 소설을 쓰고 있는 김석범, 서경식 재일 작가와 김윤식, 최인훈, 김시종을 귀히 여긴다.
여기서 언급한 책을 몇 권 구매 목록에 메모해 두었다. 최고로 여기는 김석범의 <화산도> 12권을 읽어야 하나.. .
어제 문학상 시상식의 번잡스러운 행사에서 반가운 얼굴들 눈도장은 찍었지만, 몸은 고되고 맘이 허했는데...
밤새 읽고 나니 좀 뿌듯해졌다.
역시 나를 충만으로 이끄는 건 좋은책이다.
* "정치는 위대한 사업이다.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적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던 누군가가 생각나는 오후다. 이 시대의 정치에서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기는 쉽지 않겠지만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 할 수밖에 없는 일인 건 분병 맞는 말 같다. 아무리 정치가 비루하고 문제가 많아도, 구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한다. 되도록 조금이라도 뛰어나고 괜찮은 사람이 해야 한다. 이 세상을 바꾼다는 건, 정치 없이 불가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치에 대한 환멸을 불러일으키는 세력이야말로, 지금의 기득권을 그대로 누리고 싶은 사람들이리라. 누군가는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도, 이 세상을 좀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아니 해야 한다. -61쪽
(난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가 떠올랐다.)
* 오늘 장석주 시인과 둘이서 함께 술 마시고 대화하며 이렇게 결정했다. 남은 생은 에세이스트로 살아가리라. -76쪽
*자신의 비열함을 인식하는 것이 문학의 진정한 길일 것이다. (황현산) -115쪽
* 더 깊고 다양한 에세이 정신을 위하여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와 서경식의 <소년의 눈물> 은 현저하게 다른 감성을 지닌 에세이다. 그러나 이 두 권의 책은 모든 문단이나
사회로부터의 고립을 감수하면서 수행되는 자유 정신에 근거한 글쓰기 감성에 대해, 꾸준한 양서 읽기가 작가의 글쓰기에 얼마나 소중한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지성과 사유가 지닌 힘이 에세이를 얼마나 깊고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알려준다. - 141 쪽
* 한 번도 문학상을 받지 못한 문인을 생각하며
- 제 9회 임화문학예술상 수상소감 (비평가로 등단하고 31년만에 문학비평집 <비평의 고독>받은 상 )
상을 받은 후에, 안온한 만족감에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는 비평가가 아니라, 이 시대와 역사, 인간에 대해 투철하게 응시하는 비평가로 기억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한층 지혜롭고 성숙한 비평, "버티다 끝내 가지에서 낙하하는 나뭇잎의 당당하고 쓸쓸함 같은 무늬의 글"을 쓸 수 있도록 마음과
정성을 바치겠습니다. 아울러 자유롭게, 소신껏 비평을 쓸 수 있는 저의 특별한 행운과 선택받은 입장의 의미에 대해 늘 겸허한 마음으로 성찰하겠습니다. - 237 쪽
* 내 인생의 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
... 이 시대의 영화와 소설이 좀 더 오랜 세월을 견뎌내는, 그리하여 종국에는 시대와 역사를 가로지르는 예술적 승리자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이 땅의 예술가들이 부박한 속도전에 저항하면서, 철저한 장인 정신을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 327쪽
'놀자, 책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만교 선생 (0) | 2019.12.09 |
---|---|
판사, 문유석 (0) | 2019.12.06 |
<춤추는 생각 학교> - 시경 생일 (0) | 2019.11.24 |
<행복의 기원> 서은국 (0) | 2019.11.19 |
나의 사치 (0) | 2019.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