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작가 산도르 마라이(1900~1989)
2차 세계대전후 공산주의 체제의 헝가리에서 자유에 대한 위협을 느끼고
스위스, 미국, 이탈리아 등 세계 여러곳을 떠돌며 망명생활을 한다.
"어디로 떠밀려 가든지 나는 헝가리 작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사십이년이라는 긴 망명 생활 후
1989년 2월 89세에 캘리포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미 3년 전 일지에
"지나치게 오래 사는 것은 분별 없는 짓이다" 라고 씌어 있다.
1938년부터 세상을 떠날때까지 개인사이자 역사적 기록인 일지를 남겼다.
열정,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를 격조있게 썼다고 할까.
사실 사랑이야기라는 건 너무 약하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가혹한 침묵과 열정에 대한 탐구다.
8년동안의 외면과 침묵으로 여자는 죽었고
사십일 년, 사십삼 일, 정확히는 그렇다. 친구를 기다리며 살아냈다.
75세, 어떤 정보가 없어도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나이에 두 남자는 마주 앉았다.
양극의 인간이 마주 앉았다.
피땀 흘려 노력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사람과 출생과 함께 온갖 것을 누릴 수 있는 사람.
음악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 음악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좀 더 깊은 이야기가 듣고 싶은 대목이 있다.
예술가적 기질과 군인의 기질, 서로 다른 기질과 삶의 리듬을 가진 두 부류의 살금살금 섞이기,
영원히 섞일 수 없은 본성에 대한 아득함, 안타까움.
각자 자기 안의 치열한 혈투가 그려진다. 가진자의 너그러움으로 다 덮어지는 건 아니다.
삶에 대한 통찰에 밑줄 주욱~~
* 아흔 살이 지나면, 오십대나 육십대와는 다르게 늙는다. 서글픔이나 원망 없이 늙는다. (보모인 91세 니니를 바라보며)
* 고독과 시간이 정신을 흐리게 하거나 심장과 영혼을 무디게 하지 않도록 회상으로 훈련을 하네.
세상에는 칼을 사용하지 않지만 완벽하게 준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결투가 존재하기 때문이지.
- 기다림이 목숨을 부지시켜주지.
* 사람은 서서히 늙어 가네. 처음에서 인생과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기쁨이 늙어가지. ---
그리고 나서 육신이 늙어가네, 단번에 늙지는 않아. 처음에는 눈이나 다리, 심장이 늙네. 단계적으로 늙어간다네.
그리고는 별안간 영혼이 늙기 시작하지. 육신은 늙었어도 영혼은 동경과 추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세.
---
인생의 모든 화복을 알고, 모든 것을 예상할 수 있고,
좋든 나쁘든 더 이상 알고 싶은 게 없어지기 때문에 노년이라네.
2018년 개정판 3쇄다. 임우기 대표가 떠오르는 솔출판사.
깔끔한 하드커버에 덧씌운 표지가 독특하다.
'놀자, 책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왔다, <The 수필> (0) | 2018.12.20 |
---|---|
<동심언어사전> 이정록 (0) | 2018.12.17 |
와 ~ 나도 놀랄 내 행적 (0) | 2018.11.29 |
'나이 오십 이전까지 나는 한 마리 개였다' (0) | 2018.11.16 |
奇, 이용휴 (0) | 2018.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