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동심언어사전> 이정록

칠부능선 2018. 12. 17. 13:16

 

 

 

 

  "--- 시답잖은 개구쟁이도 있고 으쓱거리는 말괄량이도 있다.

  북한말을 포함에서 순우리말로 된 복합어가 주를 이룬다. 복합어는 우리말로 '겹낱말'이나 '범벅말'이라고 한다.

  '만남언어'나 '팔짱언어'라고 불러도 좋겠다. 내 시쓰기는 얕고 보잘것없으나, 팔짱언어에 서려 있는 오랜 사람들의

  입김을 믿었다. 언어에는 인간 본성의 따듯함과 사랑이 녹아 있다. 약손이 되고 꽃향기가 퍼진다. ---

   - 머리글에서 

 

 

 꽃상여

 

사람이 타면

그제야 꽃이 핀다

슬픈 꽃이 활짝 핀다

 

 

 

 

아침뜸

 

바닷바람과 뭍바람이

자리바꿈하는 아침 무렵에는

바람도 아침잠을 잔다

바닷가 바람은 아침마다 뜸을 들인다

먼바다로 나갔던 바람이

만 리 밖 언덕 너머 바람을 만나면

풀잎도 이슬을 매단 채 숨을 죽인다

다시 만났을 때에는 뜸을 들여야 한다

해바라기가 아침해를 제 품에 뉘듯

우리도 아침바라기를 해야한다

네가 갈 곳이 내가 지나온 기이라고

우쭐거리지 말아야 한다

헤매다녔던 뒷골목이

파도의 이랑을 만났을 때에는

뜸드리며 아침바라기를 해야 한다.

 

 

 

시인이 시집 다섯 권을 한 권으로 엮은 셈이며, 놀랍고도 기쁜 작업이었다는데...

나는 동심에서 많이 멀어졌나 보다.  찬찬히 거듭 읽으며 동심을 소환해야겠다.

아침 이불 속이 아닌, 햇살 아래서 뜸을 들여야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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