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시의 나라 - 포식

칠부능선 2016. 11. 19. 10:41

    

    한 시인이 엄마 밥상을 또 차려왔다.

    내가 좋아하는 양념게장에 더덕구이를 넣었다. 기막히게 맛있는 새로운 맛이다. 아예 일회용 장갑까지 준비해 와서 나눠준다.

    수삼과 고구마 튀김, 조기 민어찜, 도토리묵 무침과 가죽나물 장아찌, 잘 익은 김장김치.

    한 시인은 능숙한 솜씨로 생선살을 발라서 나눠주기까지 한다. 따끈한 보리차까지.

    시의 나라에는 윗사람도 아랫사람도 제각각 굳건하다.

    이런 마음이 있으니... 칼바람 부는 광장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선생님은 어제 춘천가서 못 오시고 우리끼리 교수사무실에서 합평하고...한바탕 놀고왔다.

    그런데 문 열어준 조교한테 함께 밥 먹자고 하니까 '김영란법'때문에 같이 밥 먹으면 안된다고 한다.

    내 참, 우리가 학점 받을 사람도 아니고 엄마같은 사람인데 뭔 문제냐니까, 그래도 교수님께 폐가 될까봐 안된다고 한다.

    이런.... 황당한 일이라니.

    김영란 법을 반겼는데... 이런 쪼잔한 데만 쓰이고 있단 말인가. 또 기가 막힌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대녀한테서 '학생에게 커피나 음료수도 받으면 안된다'는 공문을 받았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요즘 읽은 책이다.

김민정의 첫 시집의 충격을 생각하면 세번째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은 가시가 다 빠졌다.

불편함이 가셨다고 할까. 어쨌거나 그의 무구한 색깔은 그대로다. 낯붉히지 않고 읽혀져서 좋다. 

 

<동행> 십수년 암과 함께 살고 있는 문육자 선생님의 맑은 나날들을 읽으며 숙연해진다.

 

대전에 있는 문우, 강표성씨의 <마음싸개> 조용하고 치열한 삶이 펼쳐있다.

노력하는 사람을 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의 독백같은 소설... 현대는 무의미를 누리고 즐기는 시대인 게다. 

쿤데라 소설의 정점이라고 하는데... 난 왜이리 허해지는 건가.

 

<마음> 나쓰메 소세키, 오래 전 교토대학의 논술문제가 '나쓰메 소세키의 <보짱>에 대해서 논하라' 였다고 한다.

나쓰메 소세키를 안 읽은 사람은 교토대학의 학생 자격이 없다고 일부의 불평을 일축했다고 한다.

일본의 국민작가로 소세키 신화는 계속되고 있다.

<마음>을 읽으며 나는 왜 '금수저 물고 나온 잉여인간의 갈등과 방황' 이런 생각이 드는지.

불량한 독자다.

 

<구름카페문학상 작품세계> 수상자의 작품세계를 묶은 책이 나왔다. 내 것도 있다.

박양근 교수가 내 책 4권을 꼼꼼히 읽고 쓴 결과물이다. 내 마음을 다 읽어낸 건 아니라도 감사한 일이다.

다시 읽어보니 이게 얼마나 고생스러운 일이었을까... 면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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