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동네

자작나무 숲에 들다 / 장인숙

칠부능선 2012. 10. 2. 11:04

 

 

 

 

 

 

가을, 자작나무 숲에서

 

 

자작나무는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고, 모여 있을 때 유독 그윽하게 빛나는 여인 같다.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혼과 숨결을 느끼게 한다고나 할까. 북풍한설에도 휘일 줄 모르는 기품이 흐른다.

창은 소통의 도구이다. 마음의 프리즘을 통과한 풍경이 담긴다. 고독한 천상과 다난한 지상의 이야기를 품은 듯, 맑고 투명한 햇살 아래 시시로 변하는 숲이 속삭이며 다가온다. 나직이 일렁이는 바람과 햇살이 깊고 부드럽다. 이내 휘넓은 자작나무숲으로 들어가 시원을 향해 내달린다.

자연미와 예술미는 마주잡은 손이다. 한 손 없이 다른 손이 자유롭지 못하듯, 자연스러운 예술적 형상은 우리를 평안하게 한다.

작가 장인숙은 자작나무와 스무 살 때 첫 만남의 설렘을 놓지 않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 참으로 지극한 성정이다. 작가에게 자작나무는 지고지순의 대상이자 심미적 대상이다. 석양을 받아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자작나무는 인생의 가을을 닮았다. 달뜨던 열정도 맹렬했던 욕망도 그윽하게 다스릴 줄 아는 달곰삼삼한 맛이 전해온다.

작가의 사려 깊은 눈길과 모반을 꿈꾸어 본 적 없는 평온과 고요에 사로잡힌다. 이윽고 우리는 지친 시간을 위로받으며 안식에 이를 것이다.

 

노정숙 (수필가)

 

 

   

 

 

 

 

 

 

  

자작나무 숲에 들다

 

 

홀로 그윽하고

모여 있을 때 빛나는 여인 같은

자작나무,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혼과 숨결이

북풍한설에도 휘일 줄 모르는

기품이 흐른다, 흘러, 그렇게 만든

고독한 천상과 다난한 지상의 이야기

그곳엔 허풍도 모독도 없다

나직이 일렁이는 햇살에 바람마저 살가워

서로의 어깨를 부비며 그득히 물든다

시시로 다가오는 황홀

휘넓은 숲으로 내달린다. 시원을 향해

결 고운 작가 장인숙,

그 사려 깊은 눈길에 피어나는 우듬지

지상의 모반을 꿈꾸어 본 적 없는 평온과

절대 고요

, 벗은 몸들이 수직으로 안겨온다

 

노정숙(시인)

 

 

 

 

'그림 동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세상 / 임은자  (0) 2012.10.02
창 밖, 그 동경의 세계로 / 장인숙  (0) 2012.10.02
KIAF/12  (0) 2012.09.13
JAIM 에너지를 그리다  (0) 2012.03.14
그림 구경  (0) 2011.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