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수선화, 그 환한 자리 / 고재종

칠부능선 2008. 7. 24. 17:41

 

   수선화, 그 환한 자리

 

   - 고재종

 

 

  저기 뜨락 전체가 문득

  네 서늘한 긴장 위에 놓인다

 

  맵찬 바람이 하르르 멎고

  거기 시간이 잠깐 정지한다

 

  저토록 파리한 줄기 사이로

  저토록 샛노란 꽃을 밀어올리다니

 

  네 오롯한 호흡 앞에서

  이젠 나도 모르게 환해진다

 

  거기 문득 네가 있음으로

  세상 하나가 엄정해지는 시간

 

  네 서늘한 기운을 느낀 죄로

  나는 조금만 더 높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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