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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말

새로운 인연과 개인적인 만남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단 둘이 만나는 건 참 오랜만이다.) 주로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지만 꿈꾸는 것을 사업으로 확장시키는 능력이 있어 보인다. 그 꿈에 내가 할 역활이 있다는 거다. 사업마인드는 꽝인 나지만... 소유보다 존재에 의미를 둔다는 생각이 끌린다. 얘기 중에 지난 번 내 줌강의를 도와준 그의 남편이 떠올라서 "남편분이 아주 좋아보이세요." "네~~ 살아보면 더 좋아요." 이런 대답이라니... 서로 힘을 불어넣어주는 부부의 모습에 감탄했다. 외아들 네 살때 "느리게 살고 싶다"는 남편의 지친 모습에 당장 사표를 쓰게 하고 통장을 털어서 세 식구가 두 달 여행을 했다고 한다. 한참 쉬고 놀다가 다시 일하고 싶어질때 취업을 했단다. 아들 열 살 때는 아들과 둘이 네팔..

가르칠 수있는 용기 / 파커 J. 파머

'교사들의 교사'로 존경받는 파커 J. 파머다. 가르침에 대한 통찰과 다양한 실험으로 가르치는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 메시지를 전한다. 파머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4쪽에 이르는 이 책에 보내는 각계의 찬사로 시작한다. '아내 샤론과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 맥스 J. 파머 (1912~ 1994)에게 이 책을 바친다.' 오래 전에 그의 다른 책에서 아내 샤론 파머는 그의 모든 글에 "말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명료한가? 아름다운가?"하는 잣대를 적용했던 게 떠오른다. 그 사이 샤론 파머가 하늘나라로 거처를 바꿨다. 이렇듯 샤론이 없는 파커도 잘 살아내고 있구나... 생각하니 좀 쓸쓸하긴 하다. * 가르치는 자아의 내면 풍경의 지도를 잘 작성하려면, 지성, 감성, 영성의 3대 노선을 취해야 하며 그 중 어느 하..

놀자, 책이랑 2022.02.15

녹색 감자 / 배경희

녹색 감자 배경희 감자는 죄가 있어 햇빛을 싫어하니 망치와 TV가 브로콜리 잘라내듯 칼날은 그 식물들을 쉽게 쳐 내려간다 의심과 거짓말을 일삼는 신문들은 흰색은 그냥 싫어 이유 없는 이유야 모든 귀 막아버리고 검은 죄를 생산하고 다 털고 털어봐 우리는 감자를 믿어 기억하니 때때로 칼날 꽉 문 단단한 무를 햇빛 든 녹색 감자의 혁명이 두려울 거야 『시조미학』(2021, 겨울호)

시 - 필사 2022.02.14

말랑말랑한 그늘 / 박희정

말랑말랑한 그늘 박희정 한여름 볕살들이 드러누운 대서大暑 무렵 내 오랜 그리움이 말랑말랑 겹쳐와 서운암 낮은 길목에 사뿐 내려 앉는다 눈길 머문 야생화와 고분한 물길 사이 바람처럼 맴도는 기억, 숨바꼭질하려는지 까무룩, 그림자 길어지고 너는 멀어지고 쟁쟁한 잔돌들과 종요로운 풍경들과 오랜 향기 꼭꼭 채운 장독대 언저리마다 우련히 깃드는 그늘, 너는 술래가 된다 《시조미학》 2021년 겨울호

시 - 필사 2022.02.14

저녁의 두부 / 서숙희

저녁의 두부 서숙희 두부를 만지는 두부 같은 저녁은 적당하게 무르고 적당하게 단단하다 꾹 다문, 입이 몸이고 몸이 입인 흰 은유 으깨져 닫혀버린 축축한 기억들 경계도 격정도 고요히 순장되어 창백한 무덤으로 앉은 한 덩이 직육면체 잔뼈처럼 가지런한 알전구 불빛 아래 표정 없이 저무는 식물성 적막 속으로 수척한 자폐의 저녁이 허기처럼 고인다 -《시조21 》2021년 겨울호

시 - 필사 2022.02.14

그 이불을 덮고 / 나희덕

그 이불을 덮고 나희덕 노고단 올라가는 양지녘 바람이 불러 모은 마른 영혼들 졸참나무잎서어나무잎낙엽송잎당단풍잎 느티나무잎팽나무잎산벗나무잎너도밤나무잎 그 이불을 덮고 한겨울 어린 풀들이 한 열흘은 더 살다 간다 화엄사 뒷산 날개도 채 굳지 않은 날벌레들 벌써 눈뜨고 날아오겠다 그 속에 발 녹인 나도 여기서 한 닷새는 더 걸을 수 있겠다

시 - 필사 2022.02.14

1일 3탕

서로 생일을 챙겨주는 문우 3인이 만났다. 외곽에 식당인데 어마무지한 규모다. 요즘은 멀리 있어도 다 찾아간다. 아래층에서 빵과 커피를 주문한다. 2층 레스토랑에서 식사 근처 쇼핑몰에 아쿠아그린, 볼거리가 많다. 물속 식구들의 화려한 세상을 보다. 입장료는 커피 주문으로. 수수백년만에 간 코스트코, 저 포트가 롯데백화점에서 19만원이라는데 이곳에서 13만5천이란다. 부화뇌동 셋이 합동 구매, 냉장고 넘치게 장도 보고~~ 오랜만에 주부본능 발동 모처럼 어둑해질때까지 놀았다.

사계 / 서강홍

서강홍 선생님은 2000년 등단으로 한때 활발히 활동하셨다. 첫 책 출판기념회에 윤교수님 모시고 편집위원들이 포항까지 갔던 생각이 난다. 낭낭한 목소리로 가곡을 잘 부르셨고, 퇴직 후에는 포항색소폰오케스트라의 회장을 하셨다. 가끔 공무로 전화를 하면 "저를 우예 아십니껴~ " 하시던 음성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선생님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빈다. * 한때 동양화로 불리었던 우리의 전통 회화를 아직도 국화가 아닌 한국화로 지칭하고 있다. 한국화를 국화로 명명하자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극히 타당한 일이다. 엄연히 국사였던 우리 역사를 난데없이 한국사라 칭하고 있다. 애달픈 일이다. 부끄러운 오류를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주인공임을 확인하고 자랑스러운 역사와 ..

놀자, 책이랑 2022.02.09

일본산고 / 박경리

일본이 조선인 강제 노역 동원으로 이뤄진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이 책을 읽었다. 그 시대를 살아낸 산 증인인 박경리 선생의 생각은 어땠을까. 읽은 후, 경험하지 않았어도 이심전심을 느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답답한 건 어쩔수 없는 감정이다. * 통곡이 없는 민족, 울지 않는 민족, 왜 울지 않을까? 슬픔도 마치 실루엣같이 소리가 없다. 너무나 정적이다. 본시부터 그러했을까? 그들이라고 울지 않을리 없다. 그렇치는 않았을 것이다. 칼로 상징되는 그들의 역사 탓일 것이다. 사실 일본이 이웃에 끼친 피해의 규모가 크고 참혹함도 자심한 것이었지만 그들 스스로, 동족들 목줄기에 들이댄 칼의 세월이 훨씬 길다. 그리고 그 참혹함도 타민족에 대한 것에 못지않았다. 예를 하..

놀자, 책이랑 2022.02.06

12시간 놀기

초월의 유소장님 댁을 11시에 갔다. 과일과 차를 마시고 전에 갔던 감곡, 금강산민물매운탕집에 갔다. 빠가사리 매운탕을 맛있게 먹고 고니와 백로가 떼창을 하고 있는 경안천 습지공원에 갔다. 칼바람이 분다. 동영상이 안 올가간다. ㅠㅠ 매서운 칼바람을 못이기고 얼른 철수, 초월역 근처 스벅에서 커피 한 잔~~ 사람들이 바글바글~~ 오는 길에 장어초벌구이를 사서 청기와집으로. 소장님이 직접 정성들여 장어를 굽고, 소맥을 만들고~~ 손만두와............. 또 포식. 앉아서 황송한 대접을 받았다. 중간 중간 제주, 서울, 대만에 있는 사람들과 연락도 하고... 승진이랑 화상 통화도 하고 함께 아는 사람이 많아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제주에서 일할때도, 그 후에도 함께 많은 여행을 했는데... (남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