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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 청벚꽃, 수선화축제

오랜만에 6인의 봄나들이, 백 선생이 9시에 우리집으로 픽업을 왔다. 오랜만의 서산행이다. 들빛이 다르다. 소들이 노닐 풍경이 더해진다. 실패로 끝난 아버님 어머니의 서산생활이 떠올랐다. '만약에'를 생각하지 않는 나지만 아쉬움투성이다. 하긴 내 사정거리 밖의 일이었지만... 그때 서산과 오늘 이 서산은 정서상 완전 다른 곳이다. 개심사 입구에서 합류, 바로 파전과 도토리묵으로 막걸리 한병으로 건배, 건배~~ 연두 속으로 청벚꽃과 복숭아꽃 아래로 자연그대로 기둥의 멋에 빠지고 단품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또 더덕막걸리 한 병 가까이 있는 서산 유기방가옥 수선화 축제장으로. 입장료가 7천원. 끝없이 펼쳐지는 수선화밭을 걸었다. 300살 되신 비자나무에 깊이 절하고, 뒷마당에 들어가 보고~ 오늘의 마지막 코..

낯선 길에서 2022.04.22

감곡매괴성모성당

김웅열 신부님의 오래 전 영상을 보고 친구네 부부와 감곡매괴성모성당을 다시 갔다. 모르고 본 것과 알고 보는 것의 차이를 경험하다.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 특강 - YouTube 점심은 '금강산민물매운탕', 세 번째인데 오늘도 맛나게 먹었다. 오는 길에 '예스파크'에서 차를 마셨다. 아주 멋진 예인들의 마을인데 사람이 없다. 다시 한가롭게 와서 멋진 공방들을 돌아봐야겠다. 전봇대가 도자기다.

낯선 길에서 2022.04.18

함양 2박 - 봄 산

이종 동생과 함께 이모네를 갔다. 연둣빛에 연분홍이 섞인 어릿한 봄 산, 수줍은 새색씨 모습이다. 이모댁에 새식구 '누리'는 털갈이 중이라 모양새가 험하다. 어찌나 영리한지... 처음 보는 나를 가족으로 인식한 듯, 한 번도 짖지 않고 반긴다. 집앞을 지나는 사람을 보면 마구 짖어댄다는데. 정겨운 앞마당, 뒷마당에 배꽃이 마냥 이쁘다. 쑥국과 봄나물 반찬으로 점심을 먹고 나갔다. 이렇게 실한 달래는 처음본다. 달래는 무리지어 있다. 끼리끼리 뭉쳐있다. 쑥떡을 한다고 셋이 열심히 뜯었다. ㅋㅋ 큰 솥, 한 번에 삶고, 남은 불에 고구마를 구워먹었다. 저녁을 먹고 떡실신, 모처럼의 노동으로 다리가 저렸다. 익숙치 않은 자세에 몸이 비명을 지른다. 아침 6시 30분에 이모와 동생은 산책을 나가고 나는 계속 잤..

낯선 길에서 2022.04.17

월하오작

탄천으로 서현까지 걸어서 미용실에 갔다. 두 달만에 단장을 하고 모임에 갔지만 아무도 미용실을 다녀온지 알아보지 못한다. ㅋㅋ 2년만인가. 월하오작, 5명 완전체가 반달 아래 모였다. 여행팀이기도 한 오랜 문우들이라 격의가 없다. 몸이 전하는 비명을 예민하게 알아차려 충성을 다하고들 있다. ... 바람직한 자세다. 아니 어찌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이렇게 겸손모드가 절실한 시간이 되었다. 식당의 첫 손님이다. 5인은 제주행을 계획했다. 돌아와 바로 폭풍 검색, 다음날 예약 완료. 6월 9일부터 제주에서 5박, 즐거울 일만 남았다. 서서히 거풍을 한다.

만나고, 먹고

4/ 1 오우가 모임으로 오랜만에 Y네 집에 모였다. 시아버지가 오미크론 양성이라서 한 친구가 못 오고 4인이 점심. 손 많이 가는 반찬들과 속편한 밥을 먹고, 이 반찬을 많이 해서 모두 싸줬다. 직접 만든 보리빵까지. 잔뜩 들려보내는 엄마 맘 엄마 손이다. 4/ 4 한옥반점에서 자임네 부부와 점심. 율동공원 입구에 있는 한옥이다. 2만원짜리 점심 코스를 먹었는데, 맛은 좋은데 어수선하다. 코스의 순서가 뒤바뀌니 좀 아쉬웠다. 자리를 옮겨 빵 한쪽과 커피까지 마시고 헤어졌다. 화창한 날씨가 아까워 중앙공원을 한 바퀴를 걷고 오다. 이곳에 오니 '파세르' 시절이 생각난다. 4/ 5 메종 드 라 카페에서 5인 모임 몇 달만에 윤교수님을 모시고 식사했다. 비싸면서 맛있는 음식에 무거운 주제, 떠날 준비를 하고..

성녀와 친구 / 노정숙

성녀와 친구 노정숙 지난주에 친구 자임에게 《아벨라의 성녀 데레사 자서전》과 온열 양말을 선물 받았다. 솔직히 이런 책은 부담이 간다. 단정한 자세로 읽어야 할 것 같고, 분명 부실한 내 기도생활을 자책하게 될 것이다. 500년 전에 살다간 성녀 데레사가 하느님을 만나며 느낀 환시와 신비를 기록했다. 19세에 가르멜 수도원에 입회하고 병고와 회의, 고통을 겪으면서 서서히 기도와 관상의 힘을 깨닫게 된다. 교회로부터 기도 신학의 탁월한 권위자로 인정받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교회학자가 되었다. 어떤 일을 할 때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실행에 옮기라고 권하는 것은 순정한 믿음에서 나온다고 한다. 아무런 공로도 없이 강력한 은총을 믿는 것 또한 은총이다. 스스로 아무 선행도 한 일이 없고 가난하다는 것을 ..

아네스 바르다의 말 / 아네스 바르다, 제퍼슨 클라인

몇 해 전, 을 본 게 아네스 바르다와 첫 만남이었다. 이 책은 1962년부터 2017년까지 55년간 바르다가 행한 20편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바르다는 늘 경계에 서 있었다. 자신을 주변인이라 여기며 늘 새로운 실험을 시도했다. 사진에서 영화로, 영화에서 설치 예술로 새 영토를 개척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세상과 교감하며 자신만을 눈으로 보고 느끼고 표현했다. 누벨바그의 대모로 칭하는 그는 말년까지 왕성한 창작욕을 보인다. 암 합병증으로 90세에 사망. * 피에시 : 의뢰받은 영화를 만들면 아무래도 풍자적 요소를 가미하게 되나요? 바르다 : 저는 풍자적인 영화를 만들지 않아요. 웃는 건 좋아하죠. (이 영화의 제목을 '에덴동산'이라고 지을까도 생각 했어요.) 하지만 풍자는 누군가를 조롱하..

놀자, 책이랑 2022.03.31

그런, 미나리 / 강정숙

그런, 미나리 강정숙 사는 게 늘 뻘밭이기만 했을까 가늘고 여린 허리로 주춧돌을 세울 때도 있었지 그런 날을 견디느라 저 작은 잎들은 부신 빛을 끌어들었지 전원주택 단지인 그 동네 언덕 아래 오래된 집 납작한 단칸방에서 낡고 얼룩덜룩한 벽지를 뜯어내고 눈꽃같이 포근한 벽지로 되배될 방을 꿈꾸며 겨울이면 따스한 불빛의 전구를 달고 여름이면 작은 선풍기를 돌려 바람을 안아 들이던, 길가로 난 작은 창엔 사철 수런수런 발걸음 소리,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고 밤이면 들창을 닫아건 뒤 불 탁 끄고 잠자리에 들 때의 그 아늑하고 달콤했을 사랑의 정처 그리하여 파릇한 새 계절 오면 몸에 물 올리고 향내 들였으나 고인 물속 거머리 떼 장딴지에 기어올라 새빨갛게 피 빨리고 속잎 누렇게 떠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던 그 아픈..

시 - 필사 2022.03.31

미풍해장국 / 오성일

미풍해장국 오성일 사무실 앞 미풍해장국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제 밤부터 불이 꺼져 있더니 오늘 낮까지 문이 잠겨 있습니다 문 닫힌 한낮의 식당 안을 들여다보는 건 왠지 섭섭하고 걱정이 드는 일입니다 해장국의 뜨뜻하고 뿌연 김이 가라앉은 식당에선 유리문 사이로 서러운 비린내 같은 게 새 나옵니다 옆 건물 콜센터의 상담원 처녀들이 늦은 밤 소주 댓 병과 함께 뱉어낸 고객님들의 안다구니와 욕지기들도 식당 바닥 찬물 위에 굳은 기름으로 떠 있습니다 의자와 정수기와 도마와 탁자와 계산대는 다들 앞길이 막막하다는 표정으로 그늘 속에 반쯤 얼굴을 묻고 있습니다 나는 젊은 주인 내외가 무슨 상이라도 당했으려니 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너무 슬픈 나머지 쪽지 하나 붙이고 가는 일 깜빡했으려니 짐작하면서 하루 이틀 더 기다..

시 - 필사 2022.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