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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에릭 와이너

에릭 와이너가 기차여행을 하면서 철학자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부터 몽테뉴까지 섭렵한다. '빌브라이슨의 유머와 알랭드 보통의 통찰력'을 가진 매력적인 글솜씨라는 에릭 와이너, 그를 처음 만난 나는 시작보다 뒤로 갈수록 많은 포스트잇을 붙이게 되었다. *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키케로는 이렇게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처음으로 철학을 하늘에서 끌어내려 마을에 정착시켰고, 철학을 사람들의 집 안으로 불러들였다. ... 이 세상에 '소크라테스의 사상' 같은 것은 없다. 소크라테스의 사고방식만이 있을 뿐이다. 소크라테스에게는 수단만 있을 뿐, 그 끝은 없었다. (51쪽) * 소로가 받은 혹독한 비난은 주로 위선에 관한 것이다. 소로는 숲속에서 홀로 자족하는 척하면서 몰래 엄마 집에 들러 파이를 먹고 빨래를 ..

놀자, 책이랑 2022.03.27

새 숨

곱게 단풍 들어 데려온 초설. 푸르고 푸르게 있더니 여리여리 연둣빛 새 순을 올렸다. 생명의 기척이 기특해 자주 들여다본다. 숨탄것들 이리 치열한데, 속시끄러운 마음을 홀로 삭혀야 한다. 내 속시끄러움이 세상에 아무 힘이 되지도 못하면서 왜이리 막연한 불안함이 ... 잘 되겠지....... 낙관이 어렵지만 내 특기가 낙관 아닌가. 생명을 이어가는 어여쁜 얘들에게 배운다. 다소곳이 내 안에서 자가 거풍, 거풍~ 핑크 수국을 오래 즐기고, 꽃대를 자르고 베란다에 두었더니 이리 튼실한 잎이 올라온다. 반갑다 수국~ 죽은 듯 있던 담쟁이도 봄기척을 했다. 이 어엿한 생명이라니. 여리여리 연둣빛 싹을 올리는 초설을 베란다 밖 화분걸이에 올려 햇빛에 가까이 두니 색이 이리 변한다. 새부리 쫑곳 새우고 빛을 받아모신다.

맹렬한 하루

수욜, 수필 수업이 끝나고 4인이 양재동 맛집으로 출동. 20분 정도 기다려서 자리에 앉았다. 모밀 전문점이다. 포식을 하고 옆 옆집 카페로. 양재동 꽃시장을 돌며 흠뻑 눈호사하고 집에 데려온 애들 봄은 후리지아 향으로 온다 흰색 호접란은 언제나 옳다. 흰색 게발선인장, 안녕 ~~ 착한 가격 오처넌. 카랑코에........... 얘는 덤으로 줬다. 공짜!

무죄 / 오정순 디카시집

초대회장인 오정순 선배의 출간 소식을 듣고 바로 주문했다. 저녁에 주문했는데 새벽에 문앞에 와 있다. 알라딘 총알배송이다. 단숨에 읽었다. 순간포착에 영성 깊은 시가 어우러져 여운이 깊다. 끊임없는 열정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25년 인연, 내 시작 모습을 다 기억해주는 선배다. 내가 등단했을때 불러서 집밥을 해주고, 선물 상자를 줬는데... 그때 카드로 쓸수 있는 멋진 사진과 고운 선물 봉투들, 빼곡한 축하와 덕담들... 그야말로 보물상자를 오래오래 썼다. 감동의 순간이 문득 문득 떠올랐다. 내 책 나올 때마다 불러서 근사한 곳에서 밥을 사주고 선물도 많이 받았는데...

놀자, 책이랑 2022.03.22

2022 화랑미술제

수욜, Vip 프리뷰에 갔다. 수필반 수업 끝나고 5인이 함께 점심 먹고 차 마시고 차 두대로 갔는데 학여울역을 바라보며 40분 넘게 기다리다 주차를 했다. 다음에는 지하철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 많은 예술세계를 바라봤지만, 푹 빠질 겨를은 없었다. 어쩌면 이리 다양한지. 예술에서의 사실과 상상력을 거듭 생각했다. 오늘 수필반에서도 봄호에서 '4인 4색'을 만났다. 그냥 결국은 따뜻한 정서로. 예술의 고지는 '상상력' ?

그림 동네 2022.03.17

수필의 올바른 정치학 / 이운경

수필집 자세히 읽기 수필의 올바른 정치학 - 노정숙, 《피어라, 오늘》 (도서출판 북인, 2021) 이 운 경 1. 잘 숙성된 성찰의 산물 노정숙의 다섯 번째 수필집 《피어라, 오늘》은 현대수필의 전형典型과도 같은 책이다. 수필의 본질에 입각한 다양한 형식의 작품이 다 들어있다. 이는 저자가 수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수필쓰기를 이어왔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에서 얻은 열매가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이다. 역사 속 인물과의 대화, 여행기, 일상에서 길어 올린 삶의 일리와 철학, 나이듦과 죽음에 대한 생각, 짧은 수필과 실험 수필 등등. 현대수필은 이러한 것이다, 라는 명제에 대한 실전작품을 다 모아놓았다. 이 책은 등단 이력 22년이라는 긴 세..

산문 - 필사 + 2022.03.14

우울감 동지

후배들이 톡에 올린 글이다. " 하루 사이 10년은 늙은 것 같아요 " " 나 산으로 들어갈테니 찾지 마세요 " " 일이 손에 안 잡히고 기운이 없어요 " " 한심해서 화가 나요 " " 대학생 딸이 많이 울었어요 " 나도 며늘에게 전화했다. " 다 울었니? " 11일, 진*씨가 통화를 하다가 답답하다고 우리집에 왔다. 서리태 죽으로 점심을 먹고 진*씨는 와인 한 잔, 나는 세 잔. 폭풍 수다하며 탄천도 걷고, 7천보란다. 하루치 건강도 챙겼다. 12일, 84세 선배님 생신을 당긴 3인 모임. 토욜이라 차 밀릴 것을 염려해서 멀리 안 나가고, 롯데백화점에 새로 생긴 '라그릴리아'에서 점심, 파스타와 피자, 시저셀러드, 스파게티... 커피까지 마셨으니 과식이다. 선배님이 귤이 먹고 싶다고 해서 우리집으로 왔..

믿었던 사람 / 이덕규

믿었던 사람 이덕규 믿었던 사람 속에서 갑자기 사나운 개 한 마리가 튀어나와 나에게 달려들었다 개는 쓰러진 나를 향해 한참을 으르렁거리다가 어두운 골목 안쪽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믿었던 사람이 달려와 나를 일으켜 세우며 괜찮으냐고 물었다 조금 전 당신 속에서 뛰쳐나왔던 그 개는 어디로 갔느냐고 되묻자 믿었던 사람은 가슴을 열고 더 무서운 개 한 마리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 개 말이오? 나는 결국 사람에게 지는 사람이다 나는 늘 사람에게 지면서도 그 흔한 위로의 반려견 한 마리 키우지 못하는 것은 오래전 내 안에 키우더 자성의 개 비린내 나는 송곳니에게 호되게 물렸기 때문이다 견성한 개는 주인을 물어 죽이기도 한다 내가 키웠던 개들은 매번 주인을 물어뜯는 개로 자라서 나는 나에게도 지는 그런 슬픈 사람이다

시 - 필사 2022.03.13

5천 원과 5만 원 / 노정숙

5천 원과 5만 원 노정숙 조*자 님이 문우 셋과 만났다. 중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자꾸 두리번거린다. 홀 서빙을 하고 있는 한 청년을 부른다. 다정한 말씨로 “내가 지금 이곳 사람들을 살펴보니 자네가 참 열심히 일을 하네. 자네는 앞으로 아주 훌륭한 사람이 될 걸세.” 대강 이런 말을 하며 신권 5천 원짜리 한 장을 건넨다. 청년은 꾸벅 인사를 한다. 모르는 누군가에게 힘을 주기 위해 항상 5천 원짜리 신권을 얼마간 준비해서 다닌다. 전에는 운전을 했고, 한동안은 기사를 대동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외출이 잦지 않으니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70대 그의 배낭 안에는 늘 선물이 가득하다. 특별한 떡이나 참기름, 양말 등 만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것을 넣고 나온다. 팬데믹이 있기 전, 문학행사에도 그냥 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