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그 이불을 덮고 / 나희덕

칠부능선 2022. 2. 14. 08:52

그 이불을 덮고 

나희덕

 

 

노고단 올라가는 양지녘

바람이 불러 모은 마른 영혼들

 

졸참나무잎서어나무잎낙엽송잎당단풍잎

느티나무잎팽나무잎산벗나무잎너도밤나무잎

 

그 이불을 덮고

한겨울 어린 풀들이

한 열흘은 더 살다 간다

 

화엄사 뒷산

날개도 채 굳지 않은 날벌레들

벌써 눈뜨고 날아오겠다

 

그 속에 발 녹인 나도

여기서 한 닷새는 더 걸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