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불을 덮고
나희덕
노고단 올라가는 양지녘
바람이 불러 모은 마른 영혼들
졸참나무잎서어나무잎낙엽송잎당단풍잎
느티나무잎팽나무잎산벗나무잎너도밤나무잎
그 이불을 덮고
한겨울 어린 풀들이
한 열흘은 더 살다 간다
화엄사 뒷산
날개도 채 굳지 않은 날벌레들
벌써 눈뜨고 날아오겠다
그 속에 발 녹인 나도
여기서 한 닷새는 더 걸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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