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고 싶은 곳
최문자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던 곳
그쪽으로 죽음의 방향을 정하고서야
꽉 움켜잡았던 흙을 놓는다
새들도 마지막엔 땅으로 내려온다.
죽을 줄 아는 새들은 땅으로 내려온다.
새처럼 죽기 위하여 내려온다.
허공에 떴던 삶을 다 데리고 내려온다.
종종거리다가
입술을 대고 싶은 슬픈 땅을 찾는다.
죽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서 있다.
아름다운 듯 서 있다.
참을 수 없는 무게를 들고
정신의 땀을 흘리고 있다.
'시 -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의 두부 / 서숙희 (0) | 2022.02.14 |
---|---|
그 이불을 덮고 / 나희덕 (0) | 2022.02.14 |
역행 / 권영옥 (0) | 2022.01.25 |
산사나무는 나를 지나가고 나는 산사나무를 지나가고 / 조정인 (0) | 2022.01.21 |
섭섭한 저녁 / 오성일 (0) | 2022.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