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이 익숙하다. 먼저 읽은 두 권과 같은 장소에서 그의 아버지가 중심인 이야기다. 딸이 나보다 나은 환경, 나보다 나은 위치에서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어디서나 같다. 경험한 것, 사실만을 쓴다는 아니 에르노의 소설이고 보니, 나를 소재로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 수필 작법에도 통하는 구절들을 만난다. * 나는 천천히 쓰고 있다. 사실과 선택의 집합에서 한 인생을 잘 나타내는 실타래를 밝혀내기 위해 애쓰면서, 조금씩 아버지만의 특별한 모습을 잃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글의 초안이 온통 자리를 차지하고, 생각이 혼자 뛰어다닌다. 반대로 기억의 장면들이 슬며시 미끄러져 들어오게 두면, 아버지의 있는 모습 그대로 가 보인다. ... 물론 들었던 단어와 문장에 최대한 가깝게 써야하는 이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