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 17

인생의 역사 / 신형철

신형철 신간 알림을 보고 바로 주문했는데... 오래 읽었다. 이십수 년 동안 문학을 공부하면서도 자신감을 잃고 주눅이 들 때마다 '시는 나를 사랑한다. 시가 나를 사랑한다' 고 최면을 걸듯이 속으로 말했다고 한다. 지금 내게도 이런 세뇌가 필요하다. 그럼, 그럼 ~ '시를 겪는다' 그래서 시인인 거다. ​ ​ "내가 조금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겪으면서, 알던 시도 다시 겪는다. 그랬던 시들 중 일부를 여기 모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 책의 가장 심오한 페이지들에는 내 문장이 아니라 시만 적혀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에서 산발적으로 쓰인, 인생 그 자체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 - 책머리글 중에서 ​..

놀자, 책이랑 2022.11.28

빛나는 말들 / 김미원

김미원 선생이 그동안 한 인터뷰 글을 모아 를 묶었다. 후에 이 된 월간지- 창간호부터 정기구독을 했으니, 다 만났던 글인데도 새롭고 반갑다. 김미원 선생은 오래 전, 인도기행을 함께 갔었다. 다감하면서도 조용한 카리스마로 전체를 편안하게 이끌었다. 그때 호감이 시작되었다. ​ 나는 읽던 책을 미루고 푹 빠져서 읽었다. 첫 인터뷰가 나온 잡지 2006년 7월호, 기억이 선명하다. 장사익 인터뷰가 특히 좋았다. 그 후 연말모임에서 장사익과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바로 곁에서 노래도 두세 곡 감탄하면서 들었다. 마지막이 2022년 9월호 김사인 시인이다. 한참 전, 세 번째 시집 QR로 어눌한 시인의 육성을 들었다. 과작에 수줍은 인상의 김사인 시인, 그냥 수줍은 게 아니다. 곧은 정신의 뼈가 하얗게..

놀자, 책이랑 2022.11.27

수능 날 / 번개

​ 매일 놀기만 하는 아저씨, 임택 대장이 페북에 올린 글이다. 어느 수능 학부모가 부탁해서 쓴 글이란다. '하는 일이 즐거우면 놀이고, 하는 일이 힘들면 노동이다.' 빡세게 읽고, 힘들게 쓰면서 놀이라고 우기는 게 나다. 이런 통하는 맥락때문에 마을버스 여행이 즐거운가보다. ​ 아들, 딸 수능 날에도 나는 고3 엄마 아닌 척 내 할일을 그대로 했다. 학교 앞에 부모들이 서 있다. 그때 난 내가 저렇게 학교 앞에 서 있으면 아이들이 맘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 ​ ​ ​ 수필반 번개모임으로 6인이 수레실가든에 갔다. 김 샘의 초대다. 그 근처에 작업실에서 놀던 때가 울컥 그립다. 신나게 읽으며 놀던 그 때가. 15년 전에도 있었다는 이곳을 나는 처음 온다. ​ ​ ​ ​ ​ ​ ​ 돌판에 오..

메타에세이 / 박양근

문학 오디세이를 위한 는 박양근 선생님 최근작이다. 오래 탐구하고 연마한 내용을 앉아서 편하게 받아 모신다. 변함없는 수필 사랑 충만하신 모습에 경의를 보낸다. 자주 끄덕거리며, 반가운 이름들을 만난다. 일면식 없이 나 홀로 좋아하던 작가와 철학자들을 만나 또 혼자 들뜨기도 한다. 오랜만에 푹 빠져 읽으며 자세를 바로 잡는다. *프롤로그 나, 그대, 우리는 글을 쓴다. 작가로서 살기 위하여 사람은 태어나면서 작가다. 그는 세상이 들어온 느낌을 울음으로 표현하다. 내가 누구인가를 알리는 방법과 공간을 지니기 시작한다. 한해 한해가 지나면서 표정과 손짓과 발짓으로 기쁨과 슬픔을 말한다. 더욱 성숙하면 말을 배우고 글이 자신의 표현방식임을 알아차린다. 청춘의 아픔과 어른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련을 치유하는 방법..

놀자, 책이랑 2022.11.17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

4인 4색 포토에세이 사진전이다. 지하철을 타고 보니 휴대폰을 놓고 왔다. 충무로역에서 내려 사진찍으며 봐둔 기억을 떠올려 찾아갔다. 필동 골목길은 단정했다. 묻지도 않고 걸어서 걸어서 '겔러리 꽃피다'에 도착. 들어서자마자 묻지도 않은 휴대폰 없이 잘 찾아온 나를 셀프 칭찬한다. ​ 데이지님이 운 좋게 숟가락만 얹은 전시라고 했다. 숟가락이 있으니 얹을 수 있는 거라고 누군가 덕담을 한다. 맞는 말이다. 무릎 아프다고 하면서도 동 번쩍 서 번쩍 홍길동형 데이지다. 미루님도 반갑게 만나 저녁을 먹고 ... 데이지님, 미루님 얼굴이 좋아보여서 다행이다. 갈 길이 멀어 따로 카페는 못 가고 아쉽게 헤어졌다. 이매역에 내리니 우르릉 쾅쾅 비가 내린다. 가방에 양산을 꺼내 느긋하게 걷는데.. 그 밤에 다리 아래..

나비야 나비야 / 강여울

강여울 선생은 아주 오래 전, 대구 문학행사에서 얼굴을 본 적이 있다. 글이 좋아서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아주 갸날픈 몸매에 수줍은 모습, 눈빛이 따듯했다. ​ '묵은글이라 부끄럽지만 책갈피에서 떠오른 추억처럼 잠깐 미소지을수 있기를...' ​ 다정한 저자 사인에 가볍게 책을 펼쳤다. 웬걸.. 바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1963년생, 나보다 한참 아래 연배인데 어찌 이렇게 살아냈는가. 장하다. 첫 작품 은 치매 시아버지의 눈길을 따라간다. 외로운 시어머니의 마음을 훤히 뚫고 있다. 삶에 천착해서 풀어내는 게 수필이지만, 보이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에 머무는 게 또 수필이 아닌가. 경계를 넘어선 진솔함에 자주 울컥거리렸다. 아니 경이로움으로 고개를 숙인다. 오랜 '매듭'을 지었으니, 앞으로 가볍게 즐..

놀자, 책이랑 2022.11.14

호밀밭의 파수꾼 / J.D. 샐린저

데이비드 제롬 샐린저 1919년생 ~ 이렇게 쓴 저자소개의 책이다. 1994년 초판, 정가 3,500원. 누렇게 바랜 책이다. 장석주 교재 중 - '세상을 등진 은둔 작가의 상상력' 자료라서 찾아 읽었다. ​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 싶은 아버지는 적성에 맞지 않는 학교를 보내 괴로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결국 낙제를 하고 퇴학을 당한다. 그런 모든 경험이 그의 글에 녹아나온다. 샐린저는 30대에 유명해져버렸다. 1960년대 중반, 샐린저의 공식적인 삶을 끝냈다. 흔들림없이 비밀에 감싸인 채 은둔 생활을 이어가다가 2010년 1월 27일, 사망한다. 그 사이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 ​ '호밀밭의 파수꾼'을 꿈꾸는 16세 반항적이며 시니컬한 호든의 이야기는 내내 어이없는 웃음이 난다. 덩치가 크고 앞머리가..

놀자, 책이랑 2022.11.13

케렌시아는 어디일까 / 문육자

문육자 선생님의 새 수필집이다. 여덟 권 째다. 읽기도 전에 숙연해지는 이 마음은 무엇인가. ​ … 아파하며 글을 쓰는 것도 사치라고 했다. 다 내려놓으면 무에 그리 서럽고 안타깝고 허망하겠느냐는 전갈에 손뼉을 쳤다. 모두 돌아앉아 있었다. 낯선 얼굴이었다. 저마다 바쁘게 걸어갈 궁리를 하고 있었다. 뱃속이 웃음을 품는 일은 없을까. 수많은 언어를 가져다주던 바다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밤마다 꿈을 꾸었다. 스스로를 하찮다고 홀대한 순간을 매질했다. 보이지 않지만 열심히 땅속을 걷고 있는 나무들을 응원하고 있지 않은가. 이젠 하늘로 뻗어갈 그들의 기개가 구름장을 찌를 때까지 그 곁에서 서툴게 캐낸 언어를 제련하기로 한다. 그리고 고향 바다를 부르기로 한다. 바다 저편에서 꼬물거리다가는 훌쩍 치솟아 성큼..

놀자, 책이랑 2022.11.13

토요일 인사동

지난 주에 약속한 장샘과의 만남이다. 많은 일이 지나고 오랜만에 단둘이 만났다. '지랄총량의 법칙'이라는 수필로 맺은 인연이다. 다른 수필잡지의 경영팁을 들어보니 부럽기도 하다. 출판을 해서 번 돈으로 수필잡지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사업에 문맹인 우리 팀이 이제야 한숨 나온다. 어쩌랴. 사업에 무능한 나부터 25년 세월을 허송했으니... ㅠㅠ 야무진 장 샘한테 닥친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나를 만나러 나왔다는 게 고맙다. 홀로 있는 시간도 편안하고 그윽해지길 빈다. ​ ​ ​ 인사동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버스가 토욜 광화문집회 때문에 명동입구에 내려준다. 뻔히 아는 길이니 걸어서 갔다. 친구 자임이 다니던 3 .1 빌딩도 새롭고, 파고파 빌딩도 새롭다. ​ ​ ​ 장 샘과 만나 예전에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