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지막인줄 알았는데, 이어령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육필원고를 묶었다. '낙서'라고 하셨지만 낙서가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탐구심 많은 석학의 면모가 그대로 드러나 읽는 이에게 눈물 한 방울을 기어이 쏟게 만든다. 죽음만큼 엄정한 건 없다. 컴퓨터 7대를 두고 글을 쓰던 이어령 선생님은 더 이상 더블클릭을 할 수 없어 펜으로 글을 썼다. 읽고 쓰는 일만이 존재 확인의 시간인 것이다. * 꿈은 꾸다에서 나온 말 꿈은 미래에 대한 빚이다.돈도 꾼다고 하기 때문이다. 꿈을 많이 꿀수록 그에 대한 부채도 늘어난다. 죽을 때까지 갚을 수 없는 빚, 꿈은 죽은 뒤에도 남는다. 유언이 그렇지 않은가? 뒤에 오는 사람들이 꿈을 상속한다. 우리는 태어나던 때부터 빚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