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우는 방

칠부능선 2006. 7. 20. 23:12

 

 이사를 하고 남는 방이 하나 생겨 '우는방'이라고 정했다는 문정희 시인.

 

 그래, 우는 방이 필요해.

 이 나이에 거리에서나 남들 보는데서 울기는 쪽팔리는 일이지.

 아니,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

 뭔가 가득 찬 것들을 눈물로 씻어 버리면 개운할 것 같아.

 괜히 울지 못하니까 눈이 아픈거야.

 그래서 잠을 자야한다고 억지를 부리지.

 잠은 또 만만하게 오는가. 것두 아니지.

 쓸데없는 생각은 생각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지.

 

 늘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건 내 지병이다.

 내 가진 것을

 내 쌓아둔 것을

 내 맘을, 내 몸을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이에게

 나누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원하는 걸 뻔히 알면서 모른 척 시치미 떼서 미안하다.

 훤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그 짓거리를 부끄러움도 내비치지 않고

 익숙하게 해내는 내가 또 다른 나,

 조금은 더 솔직하게,담백하게 살고싶어하는 내게 미안하다.

 

 자주 '울고싶다'고 생각하는 이 참회를

 아니, 이 성사를 언제쯤 거하게 치를 수 있을까.

 

 


Joe Cepeda






Matia Bazar (v. Antonella) - T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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