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으로만 만난, 일면식 없는 대선배님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같은 장소에 몇 번은 함께 있었다.
<구름카페 주인님> 현대수필 윤교수님과의 인연이 눈에 선하다. 제1회 '산귀래 문학상' 시상식장의 모습이 자세히 그려있다. 그 곳에 청바지와 흰 셔츠 차림의 60여 명의 차림 중에 내가 있었다. 윤교수의 미수기념으로 쓴 글이다. 찾아보니 1000쪽이 넘는 미수문집 423쪽에 있다. 지금 윤교수님 건강 상태를 생각하니 마음이 찌르르 하다.
임선희 선생님 문하라니 임선희 선생님 생전에도 만난 적이 있을텐데... 아니면 장례식장에서라도.
이부림 선생은 슬하에 4남매를 두고 손자녀 8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유복하다. 전세대에 당연하던 일이 지금은 더없이 복된 일이 되었다.
다정한 눈길, 따뜻한 감성이 잔잔하게 흐르는 일상이다. 편안하게 단숨에 읽힌다.
고개 숙여 박수보낸다.
* 이왕지사 세상에 내놓는 자기 삶이라면 치장보다는 알맹이가 여물어야 하고 세상사도 폭넓게 다루면 좋겠지만 가족과 주변을 살피기도 벅차다. 사소한 글감이라도 찡한 메시지가 담겨있으면 단숨에 읽히고 가끔 생각날 터인데, 이도저도 아니어서 미안하다. 좋은 글오 인정받고 싶은 욕심 한 획을 더 하면 '수필사랑'이 '수필자랑'이 된다. 자랑은 자제하자면서, 막막하게 30여 년이나 헤매고 있지만 아직도 미로 속, 글에 헛힘만 들어간다.
- '책머리에' 중에서
*시간권을 받고 후불로 계산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마음은 이미 대학생 못지않은 '카공족'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피서 겸해서 올 텐데 내겐 지나치게 시원한 실내 온도가 문제다.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전철에는 약 냉방 칸이 있지만 카페에는 노인석이 따로 없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이런 분위기가 좋은 걸 어떡해. (19쪽)
* 구석에 있는 나무의자에 앉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앉기만 하면 살것 같았는데 이제 앉으니 눕고 싶다. 경찰 아저씨의 염려를 귀에 담는척하는데 눈이 감긴다. 옷은 젖어 으슬으슬 추운데 이런 상황에서도 졸음이 오다니, '서면 뛰고 앉으면 자는 아이'라고 하시던 친정어머니 말씀이 정확한 표현이었구나.
(32쪽)
*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먼저 온 아이들은 뒤에 오는 사촌들을 반기는 어른들의 행동을 허투루 보지 않는다. 자기보다 더 꼬옥 안주는지 볼에 뽀뽀는 얼마나 오래 하는지 비교해 보는 모양이다. 샘이 날 때는 다시 안기는 녀석도 있고, 내 손을 잡고 빙빙 도는 녀석도 있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정이 깊어가지만 아무래도 자주 만나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낸 녀석들이 더 생가나고 보고 싶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167쪽)
* 자녀들이 커서 집을 떠나면 빈 방이 생겨 별일이 아닌데도 따로 자기 쉽다. 더우니 창문을 열자고 썰렁하니 문 닫아야 한다고 우기다가, 각자 좋아하는 TV프로를 보다가 ... .
거실을 나란히 TV를 보고 나서 다른 방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서로 자기만의 공간에서 무언가를 하더라도 밤이면 한방에서 자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나이가 들고 심신이 불편할수록 남자든 여자든 누군가와 함께 자면서 사람 냄새,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기며 살아야지.
썰렁하더니 감기 기운이 있다. 오늘 밤에는 우리 방에서 자야겠다. (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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