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불금,

칠부능선 2023. 7. 1. 15:49

대녀 부부와 오래 전에 잡은 약속이다.

나도 한 잔하라고 우리집으로 픽업을 왔다. 정자동 고기집이다. 이곳이 대녀 남편의 '나와바리'란다.

'신서방', 대녀 남편이 이렇게 불러달라고 한다. 그는 우리에게 형과 누나라고 부르겠다고... 단번에 벽을 허물겠다는 의지? 살갑게 다가온다. 신서방은 남편보다 10년 젊다.

소맥 두 잔을 돌린 후 소주를 네 병 마셨다.

고기를 구워주는 젊은이가 아주 친절하다. 앳된 얼굴인데 44살에 아이가 둘인 사장이라고 한다. 등 두드려주고 싶은 청춘이다. 아이가 둘이니 애국자고, 열심히 일하니 장하다고 한참 칭찬을 해주었다.

남편이 말이 많은 걸 보니 좀 취했고, 난 여전히 비경제적이다.

맛있는 거 한 가지만 먹자는 대녀와 골고루 다 먹어보자는 신서방.

신선방 승으로 생갈비에 비냉, 물냉, 된장찌개에 밥까지 다 먹었다.

2차는 집에서 하자고 했다. 우리집에는 온갖 술이 다 있다.

셋은 취하고 한 사람이 멀쩡하니 대화 중 끊어진 부분을 이어준다. ㅋㅋ 이런 웃기는 일도.

비주류인 대녀는 아아, 나머지는 캔맥주와 간단한 다과로... 11시 넘어 헤어졌다.

불금을 잊고 살았는데, 오랜만에 불금을 떠올리는 즐겁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저 폭탄 맞은 듯한 상을 보니,

뜬금없이 우리 몸에 들어가는 것보다 나오는 게 지저분하다는 엄마 말이 떠오른다.

깔끔떠는 사람한테 한 말이다. 먹는 건 가리지 말라는 말씀이기도 했고. 엄마 말을 떠올리면 '어록'이 많다.

진즉 글쓰는 사람이었으면 다 받아 적었을 텐데... 김용택 시인, 이정록 시인처럼.

기억력도 안 좋은데...덜렁덜렁 살았다. 아직 기억이나 추억을 들추는 것보다 새로운 것에 더 끌린다.

대녀네 고기리 밭에서 직접 따서 만든 매실과 보리수 원액,

5년을 묵혀서 오늘 걸렀다고 한다. 이런 건 약이 될게다. 효능을 쓴 라벨하고...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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