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주눅 들게 신성하다.
루이와 젤리 부부는 생활의 모든 지향을 하느님 뜻에 두고 산다.
그런 삶의 응답인지 다섯 딸이 모두 성소를 받는다.
이 기꺼운 삶 안에도 고통이 있다. 어린 자녀를 넷이나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젤리는 병이 든다. 젤리의 투병 자세는 인간의 오감을 넘어서 거룩함에 이른다.
루이는 노년에 정신병원까지 가는 고통을 겪는다. 그 안에서 또 다른 뜻을 찾는 딸의 믿음,
이미 천상의 마음이다. '보시기 좋다' 하셨을 ...
내 맘대로, 그저 '믿는다'는 나를 너무도 부끄럽게 한다.
* 그전의 젤리의 기도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조금은 자기중심적인 청을 드리는 기도였다. 하지만 이 사실을 깨달은 후로는 성모님처럼 '피앗(그애로 제게 이루어지소서)'이라고 말하게 되었다. (80쪽)
* 루이는 1870년 조카에게 시계점을 되팔면서 20년 전 자신이 그 가계를 매입했을 때 금액 그대로를 받았다. 또한 마르탱 부부는 이지도르, 거래처, 돈이 필요한 사람들, 폐업 위기에 놓인 가게들 등 주위에 끊임없이 돈을 빌려 주었다. ...
두 사람이 그렇게 부유하지 않던 시기에도 가족의 예산은 가난한 사람들, 사업, 교회를 위한 몫으로 항상 나눠져 있었다. 리지외에 홍수가 닥쳤을 때 마르탱 부부는 이재민을 돕기 위해서 곧바로 기부금을 마련했다. 1885년 루이는 이렇게 썼다. "주어라, 항상 주어라, 그러면 행복해질 거다" (135쪽)
*삶과 죽음의 주인은 자신이 아니었다. 젤리는 하느님이 부르신 아이들 이야기를 하면서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썼다. "주인은 선하신 하느님이야, 그분은 내 허가를 받지 않으셔도 돼."
아이들의 죽음은 이토록 겸손한 마르탱 부부를 더 성장시켰다. 두 명의 조제프가 세상을 떠난 후, 부부는 미래의 사제가 될 아들을 보내 달라고 하느님께 간청하는 것을 중단했다. 그리고 오로지 하느님의 뜻이 완수되기만을 간청했다. (160쪽)
* 마르탱 가족에게 세상을 떠난 아이들은 여전히 그들 곁에 있었다. 마르탱 가족은 죽은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으며, 가족의 삶에 동참하게 해 주었다. 그러면서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기쁨의 순간을 기다렸다. 데레사도 사춘기를 겪으며 하늘나라에 있는 언니 오빠 네 명의 도움에 기댔다고 말했다. (163쪽)
* 마음속 한편으로는 살고 싶거든, 남편과 아이들을 떠나는 것은 고통스러워. 그래도 한편으로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 "내가 낫지 않은 것은 어쩌면 내가 떠나는 것이 우리 가족에게 더 이롭기 때문일 거야...." 그때까지 나는 기적을 구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다할 거야. 루르드 순례에 기대를 걸고 있어. 만약 낫지 않더라도 콧노래를 부르면서 돌아오도록 노력할 거야. (181쪽)
* 마르탱 집안 딸들의 마음을 무엇보다 무너지게 한 것은 사랑하는 그들의 임금님이 낯선 사람들의 손에 맡겨졌다는 사실이었다.
데레사가 말했던 생애의 '큰 시련'은 자신이 겪은 신앙의 암흑기가 아니라, 아버지 루이의 병을 말한 것이다. 데레사는 이 시련을 순수한 믿음을 가지는 발판으로 삼았다. 예전의 루이에게서 하느님의 자애로움을 발견했다면, 병마와 싸우는 얼굴에서는 모욕을 당한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루이의 수난을 통해 인간을 뜨겁게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수난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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