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이상문학상 작품집

칠부능선 2022. 7. 4. 11:06

  동네책방 비북스에서 사온 책이다. 

  손보미의 수상작 <불장난> 보다 자선 대표작 <임시 교사>가 좋았다. 나는,

 아무래도 꼰대가 되었나보다.

 이 젊은이들의 맹렬한 삶이 피부로 와 닿지가 않는다. 막연한 불안감과 안타까움 뿐이다. 더 나아가 답답한 느낌까지 드는 건 확실히 꼰대마인드인 게다. 

 

 

* 복도 / 강화길

소설을 수필로 읽는 버릇이 있다. 정말? 그런 곳이 있어?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며 읽는 폼이라니...

어쩌면 리얼하게 다가오는 탓일수도 있다. 괜한 걱정까지 하면서 몰입해서 읽었다.

 

 - 쉬.

 

... 괜찮지? 

(183쪽)

 

 

* 아주 환한 날들 / 백수린

 아주 환한 날은 없다.

 고단한 삶을 살아온 사람은 여유로운 시간이 되었어도 고단한 일상을 계획한다. 촘촘히 짠 시간표 속으로 자신을 밀어넣고 어엿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안쓰러운 삶이다. 

 

 - 솔직한 건 그녀의 천성이었지만 그것 때문인지 사람들은 종종 그녀를 대하기 어려워했다. (189쪽)

 이 구절을 읽으며 여기서 나오는 평생교육원 수필반 모습이 훤히 그려졌다. 이어서 이번 학기에 새로 들어온 수필반 그녀가 떠올랐다. 

 

 

* 벽과 선을 넘는 플로우 /서이제

강한 비트로 벽을 두드리는 옆집 소음,

직구를 날리는 랩은 선선하다. 배경을 몰라도 통쾌하다. 

 

- 아 맞다, 나는 꽉 막힌 방 안에 갇혀 고막 때리는 음악 소리에 공격을 받고 있었지. 추억에 잠기기 전, 나는 옆집 문 앞에 경고장을 남기려고 했고, 경고장에는 가장 날카롭고 공격적인 말을 적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날카롭고 공격적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는데, 그게 아마 내가 오래도록 아무것도 쓸 수 없었던 이유, 그리하여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그저 의식의 흐름을 타고 오래된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갔던 이유일 것이다.  (217쪽)

 

 

* 믿음의 도약 / 염승숙

  믿음에 도약이 필요하다. 다섯 살 아이가 있는 맞벌이 부부의 고군분투기. 부모 도움 없이 내 집을 장만했다.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 건너야 할 강이 만만치 않다.

 꼰대로서, 기성세대로서 자꾸 미안해지는 건 뭔가. 

 

- 부부는 옥상 물탱크가 터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주일 간 단수되었고, 수도와 변기를 쓸 수 있게 된 뒤로는 지하 정화조가 넘쳤다는 이유로 다시 단수되었다. ....

  철과 영은 '고장'이라는 빨간 경고등이 들어온 엘리베이터 앞에 서게 되었다. 그제야 그들은 이 건물에 처음 들어섰을 때와 밖에서 이 건물을 올려다보았을 때의 기시감이 무엇이었는지 알아차렸고, 아이 앞에서 돌연 험하고 매서워지려는 마음을 누그려뜨리기 위해 애써야 했다. (287쪽)

 

 

* 잠수종과 독 / 이장욱

 의사 '공'의 일상이 무겁다. 아니 독백이 더 무겁다. 그가 여자라는 걸 좀 읽다가 알아채다니.

'사랑해'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분쟁지역을 다니며 사진을 찍는 현우는 느닷없이 교통사고로 죽는다. 

 

- 공은 토마토와 시신이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서히 삭고 스며들어 사라진다는 점에서. 결국 다른 것들과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것은 아마도 물속에서 가라앉으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일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어두컴컴한 심연으로 내려가면서 자기 몸이 물리적으로 분산되는 것을 느끼는 일, 자신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천천히 이해하는 시간. (291쪽)

 

- 부작용이 없으면 작용도 없다. 그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약리학도 배울 수 없고, 사랑도 할 수 없고, 인생을 이해할 수도 없다.  (317쪽)

 

 

*고별 / 최은미 

  암투병을 하고 있는 시어머니를 삼 개월에 한 번 병원에 모셔드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장 편하게 읽히는 소재다. 맹렬하게 사는 이야기보다 심심하게 죽어가는 이야기가 내 정서에 맞는가 보다. 냉정한 그들 - 아들과 딸, 며느리와 사위, 친구, 지인들을 별거 아닌듯 넘어서는 시선을 생각했다. 

  화자인 며느리는 꿍꿍이가 많다. 특별한 USB 메모리스틱을 가지고 다닌다. 소설이 끝났는데 끝난 것 같지 않은 이 아리송 ?.

 

- 남편의 직장 의료보험에는 오랫동안 어머니와 내가 피부양자로 올라 있었다. 어머니는 그해 겨울, 나보다 몇 개월 먼저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했다. (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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