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새벽에 홀로 깨어 / 최치원

칠부능선 2022. 6. 26. 09:55

   '새벽에 홀로 깨어'를 한 밤중에 홀로 읽었다. 

  단촐한 시문선집이다.

 최치원은 신라 시대 사람으로 12살에 당나라로 유학가서 6년만에 반공과(그곳의 과거 혹은 고시) 에 합격하고, 일찌기 문명을 떨쳤다.

 신라로 돌아와 개혁을 시도하였으나 좌절하고 은거, 사망 년도를 모른다. 어느 시대나 개혁파는 외롭다. 그러나 그들의 피땀으로 사회는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유 불 선을 통달한 올곧은 지성인은 이른바 기득권 세력이 받아주질 않는다. 그 벽은 어느 시대나 높다.

 어린 유학생 시간의 심경이 오롯이 담겨 있는 시문이 처연하다. 문집은 '신라의 위대한 고승'들을 소개와  '참 이상한 이야기'는 설화같다. 

  명문장가로 알려지게 한  '토황소격문' 은 고변의 종사관로서 지은 글이다. 공문서에 가까운 글을 4년 동안 만 여편을 썼다고 한다. 

 고운孤雲 최치원, 큰 사람의 그림자를 슬몃 바라본다.

 

 

 

 

 

* 진달래

 

돌 틈에 뿌리 내려 잎 쉬 마르고

바람과 서리에 자칫 꺾이고 상하네.

가을 자태 자랑하는 들국화야 바라리오만

추운 날 끄떡 않는 소나무를 부러워하네.

가여워라 고운 빛깔로 바닷가에 서 있건만

어느 누가 좋은 집 난간 아래 옮겨심을까.

뭇 초목과 다른 품격 지녔건만

지나가는 나무꾼이나 한 번 봐줄는지.

(28쪽)

 

 

* 진주 캐는 사람에게

 

바라건대 이욕利慾의 문을 닫아

부모님 주신 몸 상치 말기를.

어찌하여 이익 좇는 사람들

목숨을 가벼이 여겨 바다 속에 뛰어드는지.

몸의 영화는 티끌에 물들기 쉽고

마음의 때 씻기란 참 어렵다오.

담박한 맛 그 누구와 이야기할까

세상 사람들 온통 단술만 즐기니. 

(44쪽)

 

 

*계원필경집』 서문

 

 

  제가 열두 살 때, 집을 떠나 서쪽으로 가고자 배를 타려 할때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훈계하셨습니다.

  "십 년 안에 과거에 급제하여 진사가 되지 못하면 내 아들이라고 말하지 말거라, 나 또한 자식이 없다고 생각할 테니, 가서 부지런히 공부에 힘을 다하거라."

  저는 그 엄하신 말씀을 새겨 잠시도 잊지 않고 상투를 대들보에 걸어매고 소옧으로 허벅지를 찔러가며 조금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92쪽)

 

 

* 난랑비 서문

 

  우리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風流'라 한다. 이 도의 근원은 『선사 仙史라는 책에 잘 설명되어 있는바, 실로 유교 도교 불교의 3교를 포함하고 있어 뭇 중생을 올바르게 감화시킨다. 집에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밖에서 나라에 충성하는 것은 노나라 공자의 뜻과 같고 무위에 머물며 말없는 가르침을 행하는 것은 주나라 노자의 요체와 같으며, 모든 악행을 멀리하고 모든 선행을 받들어 행함은 천축국 석가의 교화와 같다. 

(105쪽)

 

 

*변신하는 노인

 

  신라 때에 어떤 노인인 김유신의 집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유신은 그의 손을 이끌어 집으로 데려와 음식을 대접하엿다. 유신이 노인에게 말했다. 

  "옛날처럼 변신할 수 있나요?"

  그러자 노인은 호랑이로 변했다가 닭으로 변했다가 매로 변하더니만 마지막에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로 변해 밖으로 나가버렸다.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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