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누구나 카피라이터 / 정철

칠부능선 2021. 9. 14. 18:15

정곡을 찌른는 짧은 글, 촌철살인과 사촌이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카피라이터다.

그런데 누구나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다니... 

정철, 유투브에서 그의 강의을 듣고 반짝임에 혹했다. 책은 처음이다. <카피책>을 먼저 읽었어야 하나.

어쨌거나 인간미 풀풀 나는 게 좋다. 이번에 솔직함에 혹한다. 

각 장 끝에 '밑줄 긋기'로  친절하게 요점정리도 해준다. 

 

 

밑줄 긋기

* 이젠 그 사람의 글이 곧 그 사람인 시대

* 쓰는 기술보다 쓰고 싶은 마음이 먼저

* 사람의 성분은 사랑, 긍정, 위로, 감사, 믿음, 겸손, 배려

* 단어 삼키기, 숙성 기다리기, 입에서 새로운 문장 꺼내기

* 칭찬보다 더 좋은 피드백은 없다

(108쪽)

 

 

밑줄 긋기

* 읽는 사람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후에 글을 쓴다

* 모두가 상식이라 믿는 장면을 해체한다

* 영감은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을 본다

* 사람에게 이야기를 찾는다

* 정답이 아니라 오답을 던진 후 생각을 확장한다

(167쪽)

 

 

* 정태춘 왔다

저렇게 늙고 싶다

저렇게 무심히 늙고 싶다

저렇게 나로 살면서 늙고 싶다

 

저렇게, 참 부러운 말입니다. 누가 나를 바라보며 '저렇게'라는 말을 사용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성남아트센터, 정태춘 공연 시작 직전에.  (330쪽)

 

 

* 생중계를 마치며

 

한 늙은 카피라이터의 생각을, 일을, 삶을 생중계했습니다. 촬영감독 음악감독 조명감독 하나 없는 심심한 중계. 어쩌면 혼자 찧고 까부는 셀프카메라, 이제 온에어 불이 꺼집니다. 궁금합니다. 재미는 있었을까. 의미는 있었을까, 시청률은 얼마나 될까. 시즌2는 있을까.

 

영감이 대답합니다. 의미는 있었는데 재미는 글쎄. 과학이 대답합니다. 재미는 있었는데 의미는 글쎄. 여전히 둘은 정반대 대답을 합니다. 중계 들어가기 전 잔뜩 기대를 줬는데 결국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얘기겠지요. 그러나 나는 비겁하게도 두 친구 대답에서 내게 유리한 부분만 뚝뚝 잘라 듣습니다.

 

의미도 있었다.

재미도 있었다.

 

      됐습니다. 내가 나를 긍정하니 중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내 삶의 책꽂이엔 또 하나의 내 이야기가 꽂힙니다. 엔딩크레디트가 끝을 향하고 있습니다. 긴 시간 시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3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