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브랜드 인문학 / 김동훈

칠부능선 2021. 3. 25. 10:21

글쓰기에도 자기만의 브랜드를 가져야 한다는 말을 오래 전에 윤교수님이 강조했다. 

그 말이 절로 떠오르는 책이다.

명품으로 남아있는 브랜드들의 사연과 정신을 알려준다. 몰랐던 것이 많은데 시와 사진이 있어 한눈에 들어온다.

브랜드는 메시지며, 욕망이다. 

정체성을 앞세우는 프라다, 지방시, 발렌시아가, 비비안웨스트우드, 아마존

감각과 욕망으로 분류한 스타벅스, 베르사체, 알겍산더 매퀸, 베내통

주체성으로 성공한 샤넬, 페라가모, 구찌, 랑방, 로얄코펜하겐, 레고

이밖에 시간성, 매체성, 일상성으로 나누었다.

흥미롭다.

 

 

 

비비안웨스트우드

- 편협한 여성성에 메스를 들다

 

브랜드는 도발이다. 내면에 박제된 폭력 속에서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도발하는 것, 

비비안웨스트우드는 로코코 퍠션을 통해 남성 권력이 낳은 여성의 패션을 과감히 변형시켜 여성의 정체성과 

이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로코코 풍에는 전통 패션과 신식 패션,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사이의

어떤 혼재가 있다. 그 혼재 속에서 웨스트우드는 새로운 인간 세상을 꿈꾼다.  (p67)

 

 

 

 그리고 나는 오래된 만년필을 만지작거리며 지난날 습작의 삶은 돌이켜 본다 - 만년필은 백지의 벽에 머리를 짓찧는다

만년필은 캄캄한 백지 속으로 들어가 오랜 불면의 밤을 밝힌다 - 이런 수사는 모두 고통스런 지난 일들이다!

 -송찬호, 만년필에서 

 

몽블랑의 펜촉 하나에는 152가지 공정에, 장인이 꼼꼼한 수공을 들여야 하는데, 이렇게 만년필 한 자루가 완성되기까지는 6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몽블랑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천천히 작업하면서 제품의 결점을 찾는다. ... 그러기에 몽블랑은 짝퉁도 불가능하다.  (p217)

 

 

온통 주름투성이 살갗을 옷으로 옮기다

 

이세이 미야케는 1938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났는데 일곱 살때 원자폭탄에 피폭되는 불행을 겪는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고통스러운 3년을 보낸 후 그의 어머니는 피폭 후유증으로 끝내 숨지고 만다. 그는 원자폭탄으로 구겨진 도시 건축물의 주름들과 어머니를 일찍 여윈 형제들의 주름진 삶을 보면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세파의 주름을 폐션의 아이탬으로 뽑아냈다. ... 그래서 탄생한 것이 플리츠 플리즈. 이세이 미야케는 의복을 정사이즈의 두 배 반에서 세 배 정도로 재단하고 조합한 후, 그 완성된 형태에 주름을 잡는 방식으로 참신한 제작 과정을 준비했다. 

... 

그는 상처의 주름을 그 바닥까지 뚫고 들어가 예술의 멋진 '주름'으로 퍼 올리는 또 하나의 '문명'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주름은 고생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예술의 상징이기도 하다. 양가적인 주름을 '근친'으로 품은 이세이 미야케, 그 안에 있는 '문양'을 재생의 '문명'으로 읽어보자. "저녁에 주름, 하고 부르면 좋아진다."  

(p416)

 

 

 루이비통

 브랜드는 감각뉴런이다. 문명의 발달로 감각은 시각에 편중된다. 여행은 마비된 감각을 살리는 것, 루이비통은 여행길에서 일상을 반복하게 해준다. 비로소 그때 감각은 살아난다.  (p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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