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문체연습 / 레몽 크노

칠부능선 2021. 3. 11. 19:08

지난 연말 쯤이던가. 김동숙 소설가외 2인과 점심을 먹었다.

그날 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헤어지고 나서도 사진을 보내며 읽은 책의 구절을 소개했다. 

외래어 사용에 대한 생각들을 맘껏 말하지 못하긴 했다. 외래어 남용 또는 오용을 조롱하며 붙인 이름이 '보그체', 혹은 '병신체'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날 알게 된 책인데..... 입이 딱 벌어진다. 

동일한 일화를 99가지 문체로 변주해냈다. 그야말로 실험적인 글이다.

불어, 라틴어, 포르투갈어가 섞여 있는 원문을 우리 말로 옮기는 작업도 여간 아니게 어려웠을 듯하다. 

번역한 99편에, 원문 99편과 함께 해제가 있다.  게다가 '+ 문체 연습 추가편'까지.

번역가와 편집자의 말이 동일한 일화의 형식을 취한 게 또 압권이다. 이래서 번역을 끝내고 후련하게 웃었을 듯 싶다. 

아니 이 99가지 문체 연습이 한참 따라 다닐 것도 같다.

모든 장르와 모든 감각을 펼쳐 '전무후무한 글쓰기, 20세기 실험문학의 최고봉 문체의 혁명'이라고 한다.

이럴때 불어를 좀 안다면 이 책이 얼마나 더 재미있을까싶다. 

절반은 까막눈으로 번역해 놓은 것을 보는데 원문 직역을 소개한다. 

시각 -> 함께 그려보아요

청각 -> 귀를 기울이면

인디고 -> 일곱 색깔 무지개

이런 식으로 풀어쓰기를 했는데, 동요와 사투리 버전이 흥미롭다. 

 

 

* 크노의 『문체 연습』은 그 자체로 수사학 연습이다.

그가 이 책을 생각해냈다는 것은 바퀴를 발명해낸 것과 같은데,

이걸로 누구든 원하는 만큼 멀리 갈 수 있으리라.

- 움베르토 에코

 

*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걸작이다.

실로 프랑스 문학에서 가장 위대한 이야기 중 하나다.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크노의 역작 『문체 연습』은 극도로 평범한 일화를 다양한 문체로 이야기하며,

온갖 범주의 여러 문학 텍스트를 폭넓게 보여준다.

- 이탈로 칼비노

 

 

알라딘에서 목차를 옮겨왔다. 

 

목차

약기略記Notations 11 / 중복하여 말하기En partie double 12 / 조심스레Litotes 13 / 은유적으로Métaphoriquement 14 / 거꾸로 되감기Rétrograde 15 / 깜짝이야!Surprises 16 / 꿈이었나Rêve 17 / 그러하리라Pronostications 18 / 뒤죽박죽Synchyses 19 / 일곱 색깔 무지개L’arc-en-ciel 20 / 지정어로 말짓기Logo-rallye 21 / 머뭇머뭇Hésitations 22 / 명기明記Précisions 24 / 당사자의 시선으로Le côté subjectif 25 / 다른 이의 시선으로Autre subjectivité 26 / 객관적 이야기Récit 27 / 합성어Composition de mots 28 / 부정해가며Négativités 29 / 애니미즘Animisme 30 / 엉터리 애너그램Anagrammes 31 / 정확하게 따져서Distinguo 32 / 같은 소리로 끝맺기Homéotéleutes 33 / 공식 서한Lettre officielle 34 / 책이 나왔습니다Prière d’insérer 36 / 의성어Onomatopées 37 / 구조 분석Analyse logique 38 / 집요하게 따지기Insistance 40 / 아는 게 없어서Ignorance 42 / 과거Passé indéfini 43 / 현재Présent 44 / 완료된 과거Passé simple 45 / 진행중인 과거Imparfait 46 / 알렉상드랭Alexandrins 47 / 같은 낱말이 자꾸Polyptotes 48 / 앞이 사라졌다Aphérèses 49 / 뒤가 사라졌다Apocopes 50 / 가운데가 사라졌다Syncopes 51 / 나 말이야Moi je 52 / 이럴 수가!Exclamations 54 / 그러자 말이야Alors 55 / 허세를 떨며Ampoulé 56 / 껄렁껄렁Vulgaire 58 / 대질 심문Interrogatoire 60 / 희곡Comédie 62 / 속으로 중얼중얼Apartés 64 / 같은 음을 질리도록Paréchèses 65 / 귀신을 보았습니다Fantomatique 66 / 철학 특강Philosophique 68 / 오!  그대여!Apostrophe 69 / 서툴러서 어쩌죠Maladroit 70 / 싹수가 노랗게Désinvolte 72 / 편파적으로Partial 74 / 소네트Sonnet 76 / 냄새가 난다Olfactif 77 / 무슨 맛이었느냐고?Gustatif 78 / 더듬더듬Tactile 79 / 함께 그려보아요Visuel 80 / 귀를 기울이면Auditif 81 / 전보Télégraphique 82 / 동요Ode 83 / 음절 단위로 늘려가며 바꾸기Permutations par groupes croissants de lettres 88 / 어절 단위로 늘려가며 바꾸기Permutations par groupes croissants de mots 89 / 고문古文투로Hellénismes 90 / 집합론Ensembliste 91 / 정의하자면Définitionnel 92 / 단카Tanka 93 / 자유시Vers libres 94 / 평행이동Translation 95 / 리포그램Lipogramme 96 / 영어섞임투Anglicismes 97 / 더듬거리기Prosthèses 98 / 창唱풍으로Épenthèses 99 / 동물 어미 열전Paragoges 100 / 품사로 분해하기Parties du discours 101 / 글자 바꾸기Métathèses 102 / 앞에서 뒤에서Par devant par derrière 103 / 고유명사Noms propres 104 / 이북 사람입네다Loucherbem 105 / 일이삼사오육칠팔구십Javanais 106 / 거꾸로Antonymique 107 / 라틴어로 서툴게 끝맺기Macaronique 108 / 발음을 얼추 같게Homophonique 109 / 일본어 물을 이빠이 먹은Italianismes 110 / 미쿡 쏴아람임뉘타Poor lay Zanglay 112 / 지저분한 엉터리 철자교환원Contre-petteries 113 / 식물학 수업Botanique 114 / 의사의 소견에 따라Médical 115 / 그 새끼가 말이야Injurieux 116 / 입맛을 다시며Gastronomique 117 / 동물농장Zoologique 118 / 뭐라 말하면 좋을까?Impuissant 119 / 모던 스타일Modern style 120 / 확률을 따져보니Probabiliste 121 / 유형 기록학Portrait 122 / 기하학Géométrique 123 / 지는 촌놈이유Paysan 124 / 간투사Interjections 126 / 멋들어지게Précieux 127 / 반전Inattendu 129  

+ 문체 연습 추가편
수학적으로Mathématique 135 / 망조가 들었군Réactionnaire 136 /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 139 / 나는 고발한다J’accuse 140 / 편지Epistolaire 141 / 겁을 집어먹은Peur 143 / 정어리 한 떼가 대서양을 가로질러 이동하고 있었다……Un banc de sardines se déplaçait à travers l’Atlantique… 144 / 훌륭한 재단사가 이 외투를 만든 게 아닌 건 확실해……Le pardessus ne venait certainement pas d’un bon tailleur… 145 / 게임의 규칙Le jeu se joue… 146 / 다음 문제를 풀어보시오Problème 148

해제 : 외국어–모국어–번역어의 창조와 재창조  
I. 아흔아홉 가지의 분기分岐하는 이야기에 관하여 151
 II. 『문체 연습』 풀이 165
참고 문헌 329
번역가와 편집자 333
레몽 크노 연보 337

 

 

 

 

                          김동숙씨가 톡으로 보내온 것이다. 이렇게 줄 치면서 공부처럼 읽는가 보다.

 

 

 

                                  나는 포스트잇 몇 개 붙이고 다 읽었다. 그러나 두고두고 열어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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