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인공지능과 흙 / 김동훈

칠부능선 2021. 3. 18. 11:49

'불안은 상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온다' 

프롤로그의 시작이다. 오래 전 나는 '불안은 하느님의 기척이다'라고 생각하고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어찌보면 같은 맥락이기도 하다. 

 

1부 르네상스, 상상과 현실의 시대

2부 고대, 상상의 시대

3부 근현대, 현실의 시대

 

상상, 현실이라는 단어가 철학에서는 잠재성과 현실성을 반영하며, 질 들뢰즈는 이 둘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실재성'을 말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잠재태와 현실태를 풀어 잠재적이라 할 때는 '아직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실재하는 어떤 것'이라 여겼다. 여기서 잠재성, 현실성, 실재성이라는 세 구분이 분명해진다. 

이 책에서는 잠재성이라는 말을 보다 친근한 '상상'이라는 말로 바꾸고, 르네상스, 고대, 근현대에 좀 거칠게 대입해 본 것이라고 한다. 

자료 사진이 많음에도 쉬이 읽히지는 않는다. 몰랐던 사실이 많은 탓이다. 몇 달 후에 있을 강의를 대비해서 숙제처럼 읽었다. 

 

 

* 나선형의 소용돌이에 인생관을 담다

말년에 온통 소용돌이에만 전념하던 레오나르도는 괴상한 유언을 남기도 운명을 달리했다. 그는 자신이 죽으면 교회에서 세 번의 대규모 미사와 서른 번의 소규모 미사를 드려달라고 했다. 특히 자신의 관을 햇불을 든 걸인 예순 명이 옮기게 해달라고 유언했다. 그리고 그 가난한 자들에게 충분한 대가를 지불해 달라며 돈을 남겼다고 한다.

다빈치가 죽어 가면서 가난한 자들을 배려한 까닭은 무엇일까?  (p 45)

 

*최고급 고블릿 유리잔, 죽음의 상징이 되다

유리잔은 사치와 헛됨 이외에도 죽음을 상징한다. 흔히 16세기 바니타스 화가들이 해골로 나타냈던 죽음을 17세기 네널란드 화가들은 유리잔으로 표현했다. 램브란트의 이 그림에서도 유리잔은 죽음과 관련된다. 유리잔이 죽음의 상징이 된 것은 베네치아 유리 장인들이 포도주 잔을 뱀으로 장식하면서부터다.  유리 장인들은 포도주를 담는 수정 유리잔에 기둥과 밑받침을 결합해 '고블릿'이라는 잔을 만들었는데 이 기둥을 화려한 색의 뱀으로 장식했다. 이것은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최고급 유리잔이 되었다. 

 

* 예술가의 걸작은 삶으로 완성된다

(p121)

 

아, 이 지엄한 말씀,

오래 전, 이런 뜻 모르고 베네치아 유리 공방에 갔을때, 유리잔을 즉석에서 만들어 보이고,

그곳에 진열되어있는 황홀한 색채들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   굶주린 정비공은 녹슨 기계를 깨부수고

    절망한 정비공은 닥칠 운명 대항한다.

    침몰하는 그대 조국 상원에서

    값진 조언 해줄 사람 우리에게 보여다오.

        - 조지 고든 바이런 <미네르바의 저주>에서

 

바이런은 상원위원이었음에도 당시 귀족사회를 비판한다. 공장의 기계로 인해 이윤이 극대화되던 19세기에 상원에 있는자들, 소위 지도자들은 기계으 혜택을 독식하며 대를 이어 특권층으로만 살아갔다. 반면 대다수 노동자들은 가난 속에서 어떠한 평등의 기회도 허락받지 못했다. (p196)

 

 

* '가상화'라는 과잉의 하부구조

 과잉생산, 과잉가동, 과잉커뮤니케이션, 과잉상품, 과잉언어, 과잉탐식, 과잉종교가 초래하는 이름바 '긍정성의 폭력의 세기'다.  - 한병철 <피로사회>에서

 

 제독 철학자 한병철은 '과잉- 긍정 - 폭력'과 같은 반어적인 단어들을 연결하여 현대를 분석한다. 한마디로 현대 자본사회가 '과잉'이라는 부정적 요인을 오히려 '긍정'하면서 환경 파괴, 지구온난화, 각종 질병과 같은 '폭력'을 사람들에게 가져왔다는 것. 현대 사회가 온갖 과잉을 긍정하는 것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부추겨 소비를 조장했기 때문이다.

 (p247)

 

 

*우리의 상처를 승화시키는 예술

 학비를 벌기 위해 재즈바에서 노래를 불렀던 카타야마는 손님으로부터 "여자가 히이힐을 신지 못하면 더 이상 여자가 아니지!"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를 계기로 자신의 의족에 맞는 하이힐을 제작해 보란 듯이 걸었다. 이것 때문에 '하이힐 프로젝트'가 탄생했다고 한다.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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