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여자의 미술관 / 정하윤

칠부능선 2021. 3. 27. 17:49

외출하고 오니, 친구가 책을 놓고 갔다. 이런...

저녁에 절반 정도 읽고, 오전까지 다 읽었다. 

미술사에 기록되지 않은 여성 미술가들의 삶과 예술을 소개한다. 남성중심 사회에서 꿋꿋이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만든 열다섯 명의 장한 여성 미술가들이다. 

 

 

*프리다 칼로, 고통의 아이콘

우리가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사랑하고, 그의 삶이 자꾸 회자되는 이유는 아마도 제 몫의 고통을 강하고 멋지게 뚫고 지나간  프리다를 보며, 내 인생의 몫을 살아 낼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어서일 겁니다. 강렬한 태양이 내리 쬐어 목이 타들어 가고 숨통이 조여 오는, 사막같은 삶의 현장에 있는 모두에게 "Viva La Vida"가 새겨긴 프리다 칼로의 수박을 권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삶을 응원합니다.  (p 29)

 

* "미친 할머니가 만든 땡땡이 호박" - 쿠사마 야요이

아흔의 쿠사마는 오늘도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들고 산책을 하며,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떠오른 생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딘가 귀여우면서도 너무도 멋진 쿠사마가 오랫동안 우리 곁에 영감을 주는 인생의 선배로 남아 주면 좋겠습니다.  (p 47) 

 

* 요즘도 오노 요코는 '할머니'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자기답게 지내고 있습니다.

열정적으로 소리를 내지르며 콘서트를 열고, 여느 아이돌 못지않은 현란한 춤을 추며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고 사진을 찍습니다. 아내, 엄마, 미술가, 음악가의 전형적 이미지를 흔들엇던 그가 이제는 할머니라는 개념을 새로 쓰고 있습니다. 그의 행보가 여전히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p 95)

 

* 나는 내가 만들고 내 이름은 내가 짓는다 

가히 '엽기적'이라고 할 만한 이 작품을 제작한 사람은 프랑스의 여성 미술가 생트 오를랑

"나에게 예술이란 일종의 저항이다. 고정관념에 질문을 던지며, 기본의 규범과 상식을 뒤흔드는 것이다. 예술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거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위험을 무릅써야만 하고,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예술이라 생각한다. (p 146)

 

* 자신을 책임지기 위해 붓을 들었다 -

도시, 하늘, 우주로 자기 세계를 확장한 당당한 예술가 이성자 (1918~2009)

 

부정적인 조건을 긍정의 기운으로 바꾸는 것은 이성자의 천성인듯 합니다. 그가 남긴 작품과 글이 이를 증언하지요. 프랑스에 처음 도착아여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 쓴 글이 있습니다.

 

   "남 빨래도 해 줘야 된고, 청소도 해 줘야 되고, 나 그런 거 안 해 봤으니까 너무 재미나 ... 그 하녀 방에 있을 때도

   하나도 안 슬펐다고,.... 기분도 젊어지고."

 

풍요로웠던 한국에서의 삶이 예기치 못하게 끝난 뒤에 '하녀의 방'이라 불리던 작은 공간에 기거했던 때조차 즐거웠다고 회고했지요. 이런 태도를 보면 이성자의 성품은 따뜻한 땅을 그린 초기 그림, 밝은 색채 위로 기호들이 동동 떠다니는 후기 작품과 똑 닮지 않았을까 싶어요. (p 195)

 

*절망 속에 나를 버려둘 수 없다. - 케테 콜비츠 

젊은 시절에는 남편과 함께 눈앞에서 죽어 나가는 가난한 아이들을 보았고, 그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른들의 무능함을 목격했어요. 거듭되는 전쟁으로 자신의 아들과 손자를 잃었습니다. 빈곤과 질병, 전쟁과 죽음이라는 재난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고, 거기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였지요. ...

그럼에도 .... 네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독려합니다.  (p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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