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못하니 이런 책이 더 당긴다.
시칠리아를 다녀온 게 아주 오래 전처럼 느껴지는데, 찾아보니 4년 전이다.
시라쿠라, 그 좋았던 시간을 소환하며 잠시 그득한 시간을 보냈다.
이 책은 김영하가 10년 전, 그러니까 아이폰이 없던 시절에 다녀온 이야기다. 길을 헤매고, 황당한 일을 겪으며 더 많은 경험을 한 여행기다. 한 지방에서 여러날 묵으며 밥을 지어 먹기도 하고, 어슬렁거리며 지낸 이야기.
난 거기에 내가 지나지 못한 곁길, 다른 지방의 분위기를 어렵지 않게 그릴 수 있었다.
메시나해협을 건널때 페리로 기차가 들어가서 둘로 나뉘어지는 신기한 광경을 다시, 사진으로 만난다.
시라쿠사의 풍성한 추억을 떠올리니 대장님과 시칠리아 친구 최샘께 또 감사한다.
말짜메미, 그 땅끝마을의 황량함이 마냥 좋았는데... 그곳은 김영하도 가보지 못한 시라쿠사의 비경이었던 거다.
몇 년 전 절판된 책이 다시 나와 다섯 달만에 7쇄를 찍었다.
눈에 익은 풍경들 덕분에 한참 설레기도 했다.
잘 나가던 학교와 방송을 그만두고, 그만두라고 종용한 부인이 대단하다.
역시, 내조를 제대로 받는 사람이 무엇이든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여행을 계획하며 집과 짐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는 천천히 집 안의 모든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책들을 헌책방에 내다팔기로 했다. ....
고대 그리스의 수사학 학교에서는 좋은 연설에 다음 세 가지가 필수적이라고 가르쳤다. 사람들을 감동시키든가 웃기든가, 아니면 유용한 정보를 줘라. 내 서가의 책들에도 그런 기준을 적용했다. (32쪽)
*기차는 스쿠터들이 질주하는 활기찬 카타니아를 지나 내륙 쪽으로 우회하다가 저녁이 다 되어서야 시라쿠사에 도착했다. 팔레르모를 떠난지 열 시간 만이다. ...
구시가인 오르티자로 들어가면 아르키메데스분수가 방문자를 맞는다. 그렇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바로 여기에서 났고, 여기서 죽었다. 그가 "유레카"를 외치며 욕조에서 뛰어나간 곳도 바로 여기다. 그래서 도시 곳곳에 아르키메데스의 이름을 딴 것들이 보인다. (211쪽)
* "시칠리아에 다시 오게 될까?"
뱃전에서 아내가 물었다.
"다시 올게 될 거야."
"어떻게 알아?"
"그냥 알 수 있어."
나는 힘주어 말했다. 아내가 뱃머리에 부서지는 흰 물살을 굽어보다 말했다.
"난 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어떤 사람?"
"난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이었어."
(287쪽)
땡볕 아래서 걷던 아그리젠토,
건성으로 지나쳤던 시장길 - 너무 많이 본 '대부' 티셔츠
에트나 화산에서 내려다 본 폼페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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