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연산의 아들, 이황 /강기희

칠부능선 2020. 9. 5. 00:20

 

  가끔 페북에 들어간다. 

  내 페북 친구는 거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책 홍보를 많이 본다.  

  정선에 사는 강기희 소설가, 긴머리를 묶고 다니는, 아주 오래전 평화포럼에서 독도 갔을 때 만난 듯하다. 

  산골에서 책방을 하면서 글을 쓴다. 무얼먹고 살까, 가끔 이런 생각이 드는, 

  청정한 산야에서 역사를 되짚으며 술을 마시고, 이 땅의 정의를 외치며.... 그는 긴 호흡, 큰 마음으로 하루를 살겠지. 

 

 

 *"아직은 때가 아니오"

 유길만은 그 말을 끝으로 은둔자의 길을 걸었다.  부인은 그런 유길만이 야속하지만 때가 아니라는 남편의 말을

존중해주었다. 은둔에 들어간 유길만은 먼저 집안의 노비부터 풀어주었다. 사람이 태어남에 있어 신분과 귀천이 있을 수 없다는 게 유길만의 평소 소신이었다. 그는 노비문서를 불태운 후 토지를 노비들에게 고루 나눠주곤 각자의 길을 가도록 했다. 지역의 토반들은 유길만을 미친놈이라 손가락질했지만, 많은 이들이 유길만의 실천적 삶에 응원을 보내주었다.

(67쪽)

 

 * 공자께서는 "시를 모르면 어리석게 되고, 글을 모르면 남을 속이길 잘하고, 음악을 모르면 사치하게 된다.

역易을 모르면 도둑질을 하게되고, 예를 모르면 번거롭게 되며, 춘추를 모르면 어리석게 되는 법이다.

하여 사람됨이 온화하며 두텁고 후하며 어리석지 않으면 그것은 시를 깊이 공부한 사람이고 ........  

 유길만은 사숙을 지어 공자가 말했듯 시를 짓고 예악을 하고 역과 춘추까지 두로 섭렵한 선비다운 선비를 양성하고

싶었던 것이다. (147쪽)

 

 

 연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반란군에 의해, 연산의 아들 이황이 폐세자가 되어 유배지인 정전으로 떠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산골에 유길만이라는 선인이 있었다. 그를 중심으로 백성이 주인인 평등세상, 새로운 조선을 세우고자 하는 이들이 뭉친다. 이들이 변혁을 준비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박진감 넘친다. 실패하면 반역이고 성공하면 개혁이다. 

지방 토호들의 탐욕과 조정 중신들의 거대세력은 바른 정치의 걸림돌이 된다. 기득권이 세지면 거대 권력이 된다. 

적폐청산이 어려운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단숨에 읽었다.

 오래 궁리하고 공부해서 쓴 글을 후르륵 국수 먹듯 읽어낸 게 미안스러울 정도다.  잘 읽히는 게 좋은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