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달라도 괜찮아, 인도잖아> 최현숙

칠부능선 2020. 7. 11. 21:52

  마을버스 '은수'를 통해 만난 강릉의 최현숙 작가다. 

  <늦어도 괜찮아, 남미잖아>에 이어 나온 따끈따끈한 책이다. 

 '십대에게 주는 엄마의 여행 선물'이라는 게 특별하다. 아들에게 이야기하듯 조근조근 친절하다. 

  2017년과 2020년 1월, 두 번 북인도와 남인도를 다녀온 기록이다.

  표지 일러스트도 직접 그렸다. 따듯한 감성이 전해온다.

  

산과 바다와 호수를 품고 있는 강릉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때 대관령 너머의 바깥 세상을 동경했다. 신입생이 되어 찾은 대학 도서관에서 허물어진 고대 로마의 유적을 다룬 책을 보았을 때, 가슴이 뛰었다. 언젠가 꼭 이 유적을 찾아, 그곳에서 살다 사라진 사람들의 숨결을 느껴보리라.

초등학교 5학년 아이의 손을 잡고 떠난 중국 여행이 시작이었다. 이렇게 스물한 개의 나라를 다녔다. 땅을 사고 집을 늘리는 대신 아이와 방학마다 여행을 떠났다. 여행은 세상에 대한 공부다.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과 달리,중학교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는 매사에 삐딱한 툴툴이었다. 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될 때까지 바다 건너로 여행을 떠났다. 이제 그 툴툴이는 직장인이 되었고, 가족과 함께했던 여행을 소중하게 기억한다. ....

 - 지은이 최현숙 

 

*인도에서 기차를 타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제시간에 출발하는 적이 없고, 연착은 다반사이거든, 오후 5시 카주라호로 가기 위해 바라나시 기차역에 도착하니까 붉은 옷을 입은 짐꾼이 모여 들었어. 그들은 겨우 50루피 (약850원)를 받고 목이 부러질 듯 무거운 여행용 가방을 머리에 이고 계단을 오르고 있었어. 엘리베이터가 없다 보니 탑승 플렛폼으로 가려면 육교를 건너야 하는데, 짐을 들어다 주는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편리했어. (56쪽)

 

*인도와 우리나라는 식민 지배로 분단국이 된 점, 독립 기념일이 8월 15일이라는 것, 인도에도 우리나라처럼 이산가족이 있다는 점, 그리고 내전과 폭력의 후유증으로 쌓인 불신과 증오로 화해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단다. 

(252 쪽)

 

 

  2004년 , 딸의 결혼날을 받아 두고 함께 떠난 북인도여행, 딸에게 혼수라고 뻥 치면서.  그때는 그저 놀랍기만 했다. 

  2013년, 인문학기행팀에서 떠난 중남부 인도여행은 우여곡절~~ 차가 시장통에 서서 몇 시간을 기다리기도 하고, 켈커타에서 폭동이 일어나 도착하자마자 밤새 달려 탈출한 것이며... .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온 것이며... 제대로였다. 

  새로운 기분으로 그때를 떠올리며 재미있게 잘 읽었다.  가독성 좋은 건 최고의 강점이다.

  한번 더 갈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인도

 

 

 

아기자기한 그림과 쉽게 설명하는 인도 역사와 문화, 풍습을 손자들에게 읽혀야겠다. 

오랜만에 떠오른 '성실', 이 귀한 단어와 맞닿은 느낌의 최현숙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