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도덕감정론 / 애덤 스미스

칠부능선 2020. 3. 23. 10:05

 

  '도덕감정론'의 저자, 여기 잠들다'

  지구에서 67세를 살다간 애덤 스미스는 자신을 유명하게 한 <국부론> 보다 <도덕감정론>을 더 애정했나보다.

 

  이 책은 오랫동안 침대에서 함께 기거했다. 수면유도용이 되기도 하고, 한밤중에 잠이 깨면 읽기도 했다. 숙제처럼.

  210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그가 주장하는 '공감, 동류의식 fellow - feeling'을 불러일으킨다.

 

  문필가들과 예술가들은 민중의 칭찬과 비판에 예민하다. 심히 상처 받은 사람은 붓을 꺾고 예술활동을 그만두기도 한다. 

  이에 반에 수학자들은 자신이 발견한 것의 진실성과 중요성에 대해 완전한 확신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대중의 반응에 무관심하다고 한다.

  문과적 감수성과 이과적 감수성이 천성적으로 다른가 보다.

  오래 전에 아들이 말했던 며느리의 '예술가적 기질'을 떠올리며 웃었다.

  인간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분석하면서, 간간이 드러나는 시니컬과 역설이 나름 재미있다.

  그런데 필요치 않은 한자 괄호가 너무 많다. 목침이 될만한 두께, 문장이 비경제적이다. 막 줄이고 싶은 충동이 인다. 내참.

 

 

 

 

  * 행위의 적정성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행복에 대해서는 위대한 맹독이지만 인류의 불공정행위의 위대한 억제자이다. 다시 말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한편으로는 개인을 괴롭히고 억누루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를 보위하고 보호한다. (12쪽)

 

  *정의와 자혜

   자혜慈惠는 언제나 자원自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힘으로 내놓으라고 강제되는 것일 수는 없고, 자혜가 없다고 해서 처벌 받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단수한 자혜의 부족은 실제로 적극적인 해악을 끼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혜의 부족으로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선행이 실현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리하여 혐오와 부인否認을 야기할 수도 있다. (148쪽)

 

  * 세상에서 자기 자신의 신체에 수술을 할 때 손이 떨리지 않는 의사를 용감한 의사라고 한다. 자신의 눈이 자기 행위의 추악함을 보지 못하도록

   가리고 있는 자기기만이라는 신비한 가면을 벗어버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 사람 역시 그만큼 용감한 사람이다. (292쪽)

 

  * 소위 애정 (愛情: affection. 우리말에 적절한 말이 없어서 '애정'이라고 변역하였으나, 여기서 말하는 감정은 '혈육의 정' '친척 간의 정' 또는

   집에서 같이 살아가면서 길러지는 '가족 간의 정' 비슷한 개념이다) 이라는 것은 사실 다른 것이 아니라 습관적인 동감同感이다. (417쪽)

 

  * 자기제어

   어느 정도 과장된 자화자찬이 없다면 세상에서의 대성공, 인류의 감정과 의견을 지배하는 위대한 권위를 획득하기 매우 어렵다.

   가장 걸출한 인물들, 가장 빛나는 업적을 성취한 사람들, 인류가 처해 있던 상태와 사상에 최대의 변혁을 가져온 사람들, 그리고 가장 성공한

   장군들, 위대한 정치가와 입법자들, 소속된 사람 수가 가장 많고 가장 성공적인 종파나 정당의 언변이 뛰어난 창시자와 지도자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처럼 뛰어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은, 그들의 위대한 공로 그 자체 때문이기보다는, 그들의 위대한 공로와는 전혀 비례하지 않을

   정도의 과도한 자만심과 자화자찬 때문이다. (475쪽)

 

  * 미덕의 성품에 관한 상이한 설명들

   자발적 죽음, 즉 자살의 풍조는 활발하고, 재치 있고, 적응력이 강했던 그리스인들보다는 자만심이 강했던 로마인들 사이에 더 성행하였다.

   (545 쪽)

 

  * 이신론理神論은 영국 경험주의의 토양에서 나온 신학이론으로서, 신을 우주만물의 창조자로서, 만물의 제1원인으로서는 인정하지만,

   현존하는 만물의 임의적 변화를 초래하는 지배자로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즉, 계시 종교관(기적 등)은 거부하는 것이다. 우주 만물은 신에

   의하여 만들어졌고, 그 속에 신의 구상이 내재해 있으나, 일단 만들어진 후에는 독자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예컨데, 시계를

   만든자와 시계와의 관계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부록. 668쪽)

 

 

 

 

다시 읽어봐야 할 곳이 많다. 예전엔 밑줄을 긋기도 하고, 접어두기도 했는데, 요즘은 포스트잇으로.

다 본 책을 깨끗하게 나눠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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