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역사의 역사 / 유시민

칠부능선 2020. 4. 6. 10:58

 

  역사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역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런 질문을 풀어보는 책이다.

  유시민이 읽은 역사서를 총동원해서 간결하게 전하는데, 그는 이것을 패키지 여행으로 표현한다. 두루두루 휘리릭 둘러보는 큰 그림이라고.

  다시, 바람을 느끼고 향취를 느끼려면 여유로운 자유여행을 해야한다고. 

  맞는 말이다. 이 거대한 역사서들을 어찌 다 읽어보겠는가.

  서구역사의 창시자,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부터 사마천, 이븐할둔, 랑케, 마르크스, 박은식, 신채호, 백남운. ...

  토인비, 헌팅턴. 다이아몬드와 하라리까지.

 

  사마천이 목숨을 끊지 않고 치욕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사기>를 써야하는 사명감때문이었던 것처럼, 이들은 이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열정을 바쳤는가. <총,균,쇠>와 <사피엔스>에 와서 과학적 사실이 더해지고, 세계의 언어로 즉각 출판도 되었지만. 이런 발전이 인간 본성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 <사기> 보다 더 가치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마무지한 책들의 다이제스트를 읽은 느낌이다. 목소리는 별로지만, 조근조근 유시민의 생각을 따라가면서.

  몰랐던 역사서가 이리도 많다니...책이 책을 부른다.

  있는 사실 그대로나,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 입힌 서사나, 일단 잘 읽히는 책이 오래 남는다. 먼 시대와 현존하는 사람까지. 이야기꾼들의 향연이다.

  <역사의 역사>는 패키지 여행의 사명에 충실했다.

 

 

 

 

 

    * '있었던 그대로의 역사', 랑케

    루트비히1세가 퇴위해 왕위를 물려받은 막시밀리안 2세는 권력을 내각에 나누어 주고 언론 자유를 확대함으로써 위기를 수습했다.

    예술가와 학자 들을 늘 가까이 두고 바이에른 과학 아카데미에 과학, 기술, 역사 분과를 만들어 학문을 진흥했던 그는 군주정의 시대가 끝날

    것임을 예감하고 있었다. (133쪽)

 

  * 역사를 비껴간 마르크스의 역사법칙

   '역사를 단 하나의 일관성 있는 진화 과정으로 간주하는 것은 헤겔의 사상에서 유래했으며 마르크스가 상식으로 만들었다. 두 사상가의 견해에

   따르면, 인간 사회는 노예 제도와 자급자족 농업에 기초한 단순한 부족 사회에서 여러 종류의 신권 제도, 군주 제도, 봉건적인 귀족 제도를 거쳐

   자유민주주의와 기술 본위의 자본주의에 이르기끼지 일관성 있게 발전했다. 헤겔과 마르크스는 인간 사회의 진화가 한없이 계속되는 게 아니라

   인류가 가장 심오하고 근본적인 동경을 충족해 주는 사회를 실현했을 때 종말을 맞으리라고 믿었다. <역사의 종말>  (168쪽) 

 

  * 문명의 역사, 슈팽글러. 토인비. 헌팅턴

   사람들은 조상, 종교, 언어, 역사, 가치관, 관습, 제도를 가지고 자신을 규정한다. 부족, 민족 집단, 신앙 공동체, 국민, 가장 포괄적인 차원에서는

   문명이라고 하는 문화적 집단에 자신을 귀속시킨다. 이익을 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체성르 확인하는 데도 정치를 이용한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이 아닌지 알 때만, 아니 자신의 적수가 누구인지 알 때만, 내가 누구인지 알게된다. <문명의 충돌> (269쪽)

 

  * 다이아몬드와 하라리, 역사와 과학을 통합하다

   '자연 파괴'는 인간의 관점이 들어간 말이다. 지구의 관점에서 보면, 자연은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변형될 뿐이다. 인간은 지구의 바이러스이며,

   도시는 인간의 바이러스가 만든 피부병이라는 말이 있다. 지구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지구에 깃들어 산다고 볼 경우 지구에게

   인류의 멸종은 다른 종의 멸종과 하등 다를 게 없다. 하라리는 인류 중심의 좁은 시각을 벗어던지고 자연과 모든 다른 생명에게 감정을 이입한

   상태에서 자신의 생존 방식과 그것이 초래한 결과를 보라고 권고하기 위해 다른 사피엔스에게 이처럼 냉담하게 말한 것이다. (3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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