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신형철이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라고 말하는 김민정,
기어이 나는 감기에 걸리고 김민정과 노닥거렸다. 특별히 접을 곳도 없고 빛나는 문장도 없는데...
버릇없는 요즘 젊은 것들도 아닌데, 삼박하게 다가온다.
쿨해서 시원하고, 정스러워 따듯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아니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에 거리가 있어 좋다.
나도? 그럴때 정말?
가볍게 통, 통, 통 써 나간 문장들이 묵직하고도 애틋하다.
김민정, 충분히 아름답다.
'말씀'을 쓰지않겠다고... 쿵.
화엄화엄 중얼중얼 김민정 흐드러진 붉은 화염꽃터널 같은, 영등포 역전광장 후미진 끄트머리 포장마차 불화로 위 세발 검은 무쇠솥 안에서 끓고있는 선짓국 피 냄새, 밀도살 된 어느 놈의 일생 뭉근히 으깨어져 꾸역꾸역 킁킁 코 벌름대며 허기진 배 채워주는 목구멍 같은 긴 골목길 햇빛 눈부신 강물 위로 종이배 한 척 띄웠으나 미로 같은 생의 육도윤회六道輪廻 천길 깜깜한 지붕 위로 찰칵, 닻별처럼 불이 들어오는 홍등 붉은 유리 진열장 안에는 청단홍단 패를 던지며 앉아 있는 화염꽃들 사람들이 출발하고 도착하는 역전 근처 마다엔 석탄 열차 품새 같은 어째 위로 왜 화염꽃들 만발한지 하늘 향해 서 있는 세발 무쇠솥은 왜 시뻘건 불화로 위에서 화염화염火焰火焰 중얼중얼거리는지 내 귀에는 왜 화엄화엄華嚴華嚴 중얼중얼 만트라로 들리는지 쪼글쪼글 물기 다 말라버린 화염꽃 한 송이, 놀다 가요! 힐끗, 훔쳐본 방안은 벌레 먹은 어금니처럼 새카맣다 콧구멍 같다 벌레가 다 파먹은 방에서 놀다 가라고 뜨거운 선짓국 한 사발 후루룩 한 숨 삼키고 가라고 출발하고 도착하는 그 사이는 세 발 무쇠솥 위에서 졸아든 생, 한 사발 놀다 가는 화엄꽃밭, 막창처럼 구불텅구불텅 생의 아웃트라인 사슬뜨기하는, 윤회뜨기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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