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박완서의 말>

칠부능선 2019. 4. 30. 11:40

 

  "편안한가 하면 날카롭고

  까다로운가 하면 따뜻하며

  평범한가 하면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작가"

 - 인터뷰어 고정희 시인의 말이다. 

 

 

"소설을 쓰는 일 외엔 일기도 써본 적이 없고 누구에게 편지 한 통 써본 적이 없어요.

딸들이 엄마는 돈 받는 원고만 쓰는 거야? 하고 핀잔도 했지요. "

 

"여행을 거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많이 다녔어요. 다닌 것 갖고 울궈먹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다닐때는 더군다나 무심히 다니고 싶지 촉각을 곤구세우고 싶지 않아요."

 

"아이 다섯을 낳아 키우고 시부모님 모시고 사는 생활에서 책 읽을 시간은 없었죠. 그래도 책을 읽고 싶어서 가끔 잠을 줄였죠.

꾸준히 책을 샀고 꾸준히 읽었어요. 6.25때는 이북 쪽을 잠깐 피난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책이 없어서 우리가 묵는 방에

도배된 낡은 신문지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죠. 나중엔 짐 보따리를 놓고 올라가 천장에 도배된 신문까지 읽었어요."

 

"나는 무의식적으로 지나치는 일이 별로 없어요. 뭐든 의식화해서 기억 속에 챙겨두죠."  

 

"내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으면 소설을 결코 쓰지 않겠죠."

 

"차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취미로 하기엔 글 쓰는 건 힘들어요. ....

경험이 누적돼서 그것이 속에서 웅성거려야 해요. 지금 내 나이가 예순다섯인데 어떤 때는 한 500년은 산 것 같아요."

  

 

신형철의 책을 읽으며 떠올린 박완서, 선생님이란 말 없이도 보통명사로 들어와 있다.

출판되지 않은 것을 엮었다고 하는데도 익숙하다. 내가 그리고 있던 모습 그대로라서 일까.

  - '소박한 개인주의자의 인터뷰' 라는 부제가 있는데 마냥 소박한 건 아니다.

마지막에 피천득 선생님과의 만남이 있다.

먹고 생활하는 데 정말 돈이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소박하고 검소하다고 하지만 실은 사치스러운 면도 있단다.

외동딸 서영이를 만나러 미국 갈때 1등석을 타고, 최고급 호텔에서 자기도 한다고.

두 분이 자기 식의 가톨릭 신자다. 고해성사를 해 보지 않은 신자, 그 맛도 없고 배부르지도 않은 성체라니... 참으로 천진난만 ㅎ

 

맑은 모습의 두 분이 저리 말하니 날라리 신자인 나는 맘이 덩달아 편안해진다.

 

두 선생님~~ 그곳 먼 나라에서도 만나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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