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기행 思索記行>
여행이란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가고 싶어하며 '어제와 같지 않은 내일'을 확실하고도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안전하게는 결국 도착지는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것이니까.
사색기행은 행선지가 주가 아니고 사색이 주다.
90쪽에 달하는 서론이 기행의 개요다.
세계 인식으로 시작하는 여행은 어떠한 문명도 마침내는 멸망하며, 모든 거대도시는 결국 유적이 된다.
스페인 궁전과 미술관을 구석구석 돌아보다가 녹초가 되어 대성당에 들어가 앉아 있다가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 주자가 연습하고 있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들으며 하염없이 울었단다. 신이라는 존재와 맞닥뜨렸을때 인간이 느끼는 왜소함을 표현하는 데 바흐처럼 잘 어울리는 음악도 없다.
* 여행의 패턴화는 여행의 자살이다.
여행의 본질은 발견에 있다. 일상성이라는 패턴을 벗어났을 때 내가 무엇을 발견하는지, 뭔가 전혀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때 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데 있다.
1부
무인도의 사색 - 엿새는 사색에 들기에 부족한 시간이 확실하다. 맛만 살짝 본 무인도.
몽골에서의 '개기일식' 체험이 흥미롭다.
'이게 뭐지' '이게 뭘까' 지구가 천체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즉물적으로 깨달았다니.
2부
가르강튀아 풍의 폭음폭식 여행 - 프랑스의 와이너리와 유럽 치즈 여행이다.
3부
기독교 예술 여행 - 신을 위한 음악, 신의 왕국 이구아스 기행
4부,
유럽으로 반핵 무전여행을 떠나다
5부,
팔레스타인 보고
6부,
뉴욕 연구
- 4부부터는 시간의 균열이 커지니 공감대가 떨어진다. 다치바나만의 특별한 여행이기도 하고.
600쪽에 가까운 덩치에 비해 속살이 튼실치는 않다. 쓸거리가 너무 많은 사람, 너무 많은 책을 쓰다보니
이것 저것 모아놓은 게 내 취향에 흡족하지 않은 거다.
어쩌면 진정한 여행은 쓰는 게 아니라 가슴에 간직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 긴 눈으로 보면 우리는 모두 에이즈 환자와 같다. 우리가 맞아야 할 죽음은 태어날 때부터 선고받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사실은 에이즈 환자와 마찬가지로, 기어코 오고야 말 죽음을 좀 더 분명히 의식하며 살아가야 한다. 더없이 냉엄한 이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에이즈에서 배워야 할 점이 아닐까?
<펜트하우스> 1987, 6~ 10월호
(584쪽)
아버님이 저녁으로 설렁탕을 주문하신다.
두꺼운 책을 덮고 동네 한 바퀴,
식당에 가서 설렁탕을 사 왔다. 이건 처음있는 일이다.
벚꽃은 환한 얼굴로 준비땅하고 있다. 절정을 위해서
그래, 오래 봐야 이쁘다지만 척 봐도 이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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